사회 검찰·법원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 선고 30일 열려..쟁점은?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9 08:45

수정 2018.10.29 08:47

'재판거래 의혹'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 선고 30일 열려..쟁점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소송 중 하나인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 선고가 30일 열린다.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5년2개월 만에 최종 결론이 나오는 것으로,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전제에서 내려진 일본법원의 판결이 우리 헌법에 어긋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日판결의 한국 사회질서 위배 여부가 핵심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을 일본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여씨 등 4명은 1941∼1943년 옛 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 측에서 충분한 식사와 임금, 기술 습득, 귀국 후 안정적인 일자리 등을 보장한다며 회유해 일본에 갔다. 오사카 등지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된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1997년 일본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확정됐다.
여씨 등 4명이 우리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지만 1, 2심 모두 "일본 판결 내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비춰 허용할 수 없다고 할 수 없다. 일본의 확정 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 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인 일본 기업이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로, 2005년 우리 법원에 소송을 낸 후 8년 만에 거둔 성과이기도 했다.

■개인청구권 소멸여부도 쟁점
서울고법 판결에 신일본제철 측이 불복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다시 넘어왔다. 이후로 대법원은 5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않다가, 지난 7월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고 소송에 개입한 정황이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재상고심에선 여씨 등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당시 일본이 제공한 자금(무상 3억달러·차관 2억달러)에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이 포함됐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1·2심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이미 배상금이 지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구권협정만으로는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고, 가해자인 일본기업이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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