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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제조업의 미래화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9 16:57

수정 2018.10.29 16:57

[fn논단] 제조업의 미래화

국내 기업의 73%는 우리 경제가 중장기 하향세에 있다고 봤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주력산업의 침체 장기화가 그 배경이다. 전체 수출도 올 9월까지 4.7% 상승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1.7%나 감소했다. 반도체마저 최근 가격고점 논란에 휩싸였다.

주력산업의 제조업 내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자, 자동차, 조선 그리고 철강이 수출이나 부가가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고용에서는 30%나 된다. 그런 주력산업 대부분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직 이를 대체할 신산업은 안 보인다.

주력산업의 어려움은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다. 생산비용 증가만큼 생산성 향상이 충분치 않았다. 비용을 조절하든지 산출물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 추격역량은 한계를 드러내고, 중국 등 경쟁국들의 급속한 추격이나 추월에 휘둘리고 있다.

생산성 향상은 기술의 효율적 적용 확산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예컨대 주어진 기술 수준에서 제도 선진화나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 활동이나 시장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면 생산성이 증가한다. 경영역량 혁신도 또 다른 촉매요인이다. 정부와 기업은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이런 명료한 해법이 왜 잘 작동하지 않을까. 정부나 기업은 단기성과에 집중했다. 과거의 성공신화에 도취돼 고부가가치화 노력도 미흡했다. 노사관계를 선진국처럼 균형화하지 못했다. 제조업 경쟁력 유지나 신산업 창출에 필요한 창조적 인력 양성시스템이 부실했다. 산업체들은 수출 증대로 규모의 경제효과에 몰입한 나머지 비경제 효과 생성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했다. 예컨대 세계경기의 장기호황 속에 묻혔다가 뒤늦게 드러난 글로벌 경영 미숙, 내부경영의 관료화 그리고 연구개발(R&D)의 효율성 저하 등이다.

주요국들은 제조업 미래화에 돌입했다. 서비스산업의 고용흡수력에 한계를 느끼고 신흥국의 빠른 산업화로 고용 없는 성장을 겪었다. 첨단제조업 분야도 신흥국의 약진이 놀랄 만하다. 이제는 주요국도 자국 산업의 공동자산을 보호하고, 제조업 첨단화 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소사이어티 5.0'과 '커넥티드 인더스트리정책' 그리고 중국의 '제조 2025전략' 등이다. 산업 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다.

주요국 산업정책의 지향점은 디지털 산업생태계 조성이다. 전통 제조업의 재활성화나 환경·고령화 등 사회적 과제 해소에도 활용할 기세다. 공통점은 우선 장기간 컨센서스 형성 노력이다. 자국의 여건이나 장점을 충분히 고려했다. 둘째로 정부는 인적역량 제고, 지식재산권 보호나 R&D 등 산업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 셋째로 신산업일수록 먼저 허용하고 규제는 나중에 생각한다.

주력산업 위기를 계기로 산업정책 일신이 요구된다. 이달 중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년 국가경쟁력 평가'가 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이 미래 성장과 생산성을 좌우할 새로운 도전요인으로 드러났다.
과거에 생각지도 못했던 경쟁력 요인으로 아이디어 창안, 기업문화, 개방성 그리고 민첩성이 대두했다. 기술진보 촉진요인이다.
향후 국가경쟁력은 다양한 분야에 강한 전문기업이 얼마나 많으냐에 좌우될 것 같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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