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아름다운 이별을 위하여

KIA의 가을 야구는 끝났지만 요즘 야구판에서 제일 시끄러운 구단은 아직도 KIA다. KIA가 임창용 선수를 갑자기 방출해서다. 이번 시즌 그는 팀이 시키는 대로 선발과 중간계투, 마무리를 오가며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전성기 '뱀직구'와 비교할 수 없으나 여전히 140㎞를 넘나드는 사이드암 투수로 지금 당장 어느 팀에 가더라도 즉시 전력감이다. 그런 그를 방출한다니 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일은 KIA가 팬심에 어긋난 고과를 매겨 일어난, 한마디로 인사 참사다. 임창용은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기대했지만 구단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를 내쳤다. 구단이 최악의 이별을 통보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야구팬들의 관심과 애정도 예전만 못하다.

애석하게도 이런 불행한 이별은 우리 사회에 흔하다. 임창용 선수가 직장을 잃는 과정과 비슷하게 연말 임원인사 시즌이 되면 잘나가던 임원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매년 임원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되면 마음을 졸인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사 고과를 마무리했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인사 시즌이 시작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이들과 이별할 때다.

임원이 퇴장할 때 우리 기업의 모습은 엄동설한 한파보다 냉정하다. 많은 기업들이 인사 직전인 하루 전에 퇴사를 통보한다. '30년 내 회사라고 여기던 곳에서 팽 당했다'는 충격이 와도 추스를 시간 따윈 없다. 다음날 바로 회사에서 퇴장해야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통보를 며칠 전에 해준다든지, 금요일에 인사가 나 아무도 없는 회사에서 물건을 챙길 시간이라도 준다면 감사한 일이다.

임창용이 KIA에서 가졌던 존재감을 생각해보면 한 기업의 상무급은 되지 않을까. 재계 인사 시즌에는 임창용과 같은 '꼴보기 싫은 이별'은 더 이상 없길 기대한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고, 아름다운 이별을 위하여 건배하며, 서로 예우할 수 있길 바란다.

km@fnnews.com 김경민 산업부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