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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000 무너진 증시, 정부 대책 한가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29 16:57

수정 2018.10.29 16:57

시장선 경제홀대론 나와 혁신성장 페달 더 밟아야
코스피 지수가 29일 2000 선이 무너졌다. 22개월 만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바삐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증시안정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도 같은 날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 방침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이달 들어 한국 증시는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미끄럼을 타고 있다. 외국인들도 발을 뺄 조짐을 보인다. 10월에만 수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여태껏 정부는 지켜보자는 태도로 일관했다.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다르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심상찮게 돌아갔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통상전쟁은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바로 그 영향을 받는다. 성장률도 예전에 비해 축 처졌다. 현대차를 비롯해 기업 실적악화를 우려는 목소리도 커졌다. 사방 어딜 둘러봐도 한국 경제에 박수를 칠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나마 금융당국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태부족이다. 시장에선 문재인정부가 경제를 홀대한다고 본다. 통일·안보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는 국정 순위에서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지지율 조사에도 이 같은 시각이 반영돼 있다. 29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58.7%로, 6주 만에 다시 50%대로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와 함께 증시 급락, 경제소홀론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늘 통일·안보에서 점수를 따고 경제에서 까먹는다.

우리는 문 대통령이 비판적인 이코노미스트들의 말에도 좀 더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때론 장관이나 경제비서관보다 국외자들이 경제를 더 냉정하게 본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27일 페이스북에 "경제정책 오류는 범죄"라며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썼다가 지웠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도 정부는 펀더멘털이 튼튼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김 부의장은 이를 꼬집은 것이다.

증시는 선행지표다. 코스피·코스닥 지수 급락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다. 황교안 전 총리는 28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정부가 "멀쩡한 경제를 망가뜨리는 정책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경제·일자리 정책을 '빵점'으로 평가했다. 이런 소리가 듣기 싫다면 당장 시장에서 경제홀대론부터 지우는 게 급선무다. 현실은 어떤가. 정부는 카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끙끙댄다.
의료개혁은 아예 손도 못 댄다. 혁신성장 슬로건이 부끄럽다.
이래선 경제홀대론을 잠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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