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9·19 군사합의’ 정전협정의 부활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30 17:29

수정 2018.10.30 17:29

[특별기고] ‘9·19 군사합의’ 정전협정의 부활


1953년 7월 27일, 유엔사·북한·중국 3자가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이 달성될 때까지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장행동을 완전 정지할 목적으로 체결됐다. 정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2㎞씩 이격된 완충구역(DMZ)이 설정됐다.

그로부터 65년이 흘렀다. 65년 전 정전협정에 따라 비워뒀던 비무장지대(DMZ) 내 주요 고지들에는 중무장화된 GP가 자리를 잡고 있다. DMZ를 통해 무력충돌을 방지하려 했던 정전협정의 본래 취지와 달리 DMZ 안에는 무력충돌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증대돼 왔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남과 북의 양 정상 앞에서 양측 국방부 장관들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9·19 군사합의'는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체결됐고, 그 무게감은 과거 정전협정 정신을 복원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남과 북은 9·19 군사합의 이행의 첫발을 내디뎠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비무장화하기 위한 1단계 조치로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했으며, 합의서에 명시한 대로 10월 20일 지뢰제거 작업을 완료했다.

판문점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던 10월 17일 아침, 65년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한 장의 사진이 주요 일간지 첫 장을 장식했다. 사진 속에는 남·북·유엔사의 각 군사실무대표들이 삼각형으로 배치된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지난 65년의 역사를 봤을 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그 자리에서 3자는 서로의 잘잘못을 따진 것이 아니라 JSA의 비무장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었다.

판문점 JSA에서 지뢰제거 작업이 시작되던 날, 강원 철원 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도 남북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무장화된 DMZ에서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11월 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행위가 중지된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군사분계선 인접지역과 해상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무력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이행되는 것이다.

남과 북은 1953년 군사분계선 푯말을 하나씩 하나씩 박으며 정전협정을 이행해 나갔던 것처럼 2018년에도 9·19 군사합의를 하나씩 하나씩 이행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남과 북의 이행 노력으로 정전협정의 본래 취지와 정신이 하나둘 되살려지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판 정전협정'이다. 남과 북이 무언가를 해보자고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길을 잃고, 대립과 갈등의 늪에 빠져있던 1953년판 정전협정을 되살려보자고 만든 것이 9·19 군사합의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9·19 군사합의라는 지도를 들고 65년 전 걸어봤던 길 위에 서 있다. 이미 알고 가는 길인 만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9·19 군사합의를 차근차근 이행해 나가며, 남과 북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다. 65년 전 DMZ에서 철수했던 병력을 2018년에 다시 철수하려고 한다.
이번만큼은 남과 북의 GP가 또다시 길을 잃고 DMZ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정착의 종착점으로 직행해 나갈 것을 믿는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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