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아세안의 에너지’가 통하라


30일 서울에서 '신남방 비즈니스 포럼'이 열렸다.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역사적 뿌리가 깊은 중국·일본 간의 아세안(ASEAN) 진출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이 아세안 지역 정세의 큰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아세안 시장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실리'를 챙기고, 중국은 자기중심적으로 '지배'하려 한다는 게 그의 평이다.

미얀마의 사례다. 일본은 미얀마 정부와 합작해 2015년 수도 양곤에 증권거래소를 개장했다. 일본 다이와증권이 미얀마 중앙은행과 공동 운영한다. 1993년 다이와증권은 미얀마 정부 관료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증시 설립을 약속받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닥치자 일본은 철수(포기)와 잔류를 놓고 고민했다. 신뢰를 지키며 10년을 버티었다. 결국 미얀마 신정부는 몇몇 국가들의 파격적 제안에도 의리를 지킨 다이와증권과 손잡았다.

양곤 남부의 '틸라와 특별경제구역(SEZ)'은 일본 자본이 주도해 조성됐다. 미얀마의 외자유치특구 중에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다. 일본 정부(대외원조기관) 및 상사(건설·투자), 보험회사와 은행(자금조달) 등이 역할을 분담해 특구 개발과 운영에 참여했다. 일본의 축적된 투자모델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지분구조다. 미얀마 51%(부지 제공), 일본(스미토모·마루베니·미쓰비시 등 3개 상사) 49%로 했다. "미얀마 정부에 대외적 명분을 주어 반감을 유발하지 않기 위한 일본의 (영리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투자프로젝트 여러 개가 현재 좌초될 위기다. 중국이 10년 이상 공들인 미트소네 수력발전소(6000㎿) 건설공사는 지난해 중단됐다. 중국이 8억달러를 투자해 전력의 90%를 가져가겠다는 계산이었다. 공사 재개를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까지 나섰으나 환경 파괴와 지역주민 강제 이주, 보상 문제를 놓고 여론 악화를 막지 못했다. 또 중국이 자금(90억달러)을 모두 대고 개발하는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도 난항이다. 미얀마 가스전이 있는 항만 운영권을 손에 넣겠다는 게 중국의 속셈인데, 미얀마 신정부가 당초 입장을 바꿔 재검토 중이다. 중국 자본이 미얀마 북서쪽에 개발 중인 짜욱퓨 경제특구도 일본과 확연히 대조된다. 중국은 지분 85%(미얀마 15%)를 가져갔다.

우리는 노련한 경험의 축적(일본), 막대한 자본력(중국)을 갖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KOTRA·파이낸셜뉴스가 공동주최한 '신남방 비즈니스 포럼'에서 대안을 찾아봤다. "우리만의 성장 추구로는 마음을 얻기 어렵다.
일방적인 무역, 투자 확대라는 과거의 단선적 전략을 탈피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상대국가의 산업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이를 우리의 성장기회로 삼는 지혜다. '아세안의 에너지'가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로 통하길 기대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