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아내를 위하여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31 16:48

수정 2018.10.31 16:48

[특별기고] 아내를 위하여

행복한 가정생활의 기본은 상호 이해와 배려 아닐까? 요즘도 가정폭력으로 심심찮게 사회면 기사가 참 흉측할 때가 있다. 왜 우리의 소중한 가정을 우리가 망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까. 이는 기본적인 아내와 자식 등 가정에 대한 본인의 책임감 부족과 더불어 인권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 생각도 변하듯 아내, 여성에 대한 인권은 많이 신장되고 있음에도 사회의 상식이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에는 여전히 심각한 여권(女權), 아니 기본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세태는 여전한 듯하다. 여권이 지금에 비해 약했던 과거에도 가정의 아내를 위하던 아름다운 미풍양속은 우리가 음미하고 되새겨봄 직하지 않은가.

광무제는 과부가 된 누나가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다리 좀 놔달라"는 과부 누님을 위해 병풍 뒤에 누나를 숨겨두고 신하 송홍과 술을 마시던 후한 광무제는 넌지시 물었다. "사람이 출세하면 아내를 바꾸고, 부유하게 되면 친구를 바꾼다는데 자네는 어떠한가?" 이 말에 송홍은 "신은 가난할 때 친했던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고생한 아내는 집에서 내보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흔히 아내를 생각할 때 생각나는 단어 조강치처(糟糠之妻)의 유래. "왕후(王候)의 밥, 걸인(乞人)의 찬···." 김소운의 소설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쌀이 떨어져서 아침을 굶고 출근한 아내를 위해 남편이 마련한 점심밥상에 간신히 구한 쌀과 반찬 없이 놓인 간장 한 종지에 곁들인, 남편의 재치와 믿음과 사랑이 실린, 중학교 국어교과서에서 보던 한 구절 문구.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두 부부가 남편은 아내를 위해 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사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잘라 시곗줄을 산다는, 원제인 '동방박사의 선물'처럼 쓸모없어졌지만 동방의 현자들이 예수에게 보낸 선물만큼이나 귀한 선물을 주고받은 가난한 부부들의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 무엇보다 부부싸움으로 친정집에 온 아내를 찾아온 사위에게 해주었다는 어느 장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는 자네에게 꽃병을 주었는데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는 건 아닌가?"

가끔 아내 대신 집안청소며 빨래를 하며 느낀다. 별 생색도 안 나면서 많은 시간과 정성과 노고가 들어가는, '밥벌이의 지겨움'만큼이나 지루하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사노동의 지겹고 고단함을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는 톨스토이의 글귀를 되새기며 아내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된다. 하여튼 이 세상 나 하나에 집중해주는 내 아내에게 나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지 않나 하는 단상이 든다.


매년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2007년 제정된 법정기념일로서 가정의 달인 5월에 둘이 하나가 되는 날의 의미로 21을 기념일로 하고 있다.
자신의 소중한 가정을 지키는 아름다운 부부의 정을 지켜가는 늠름한 가장의 모습을 기대하며 깊어가는 가을날 부부가 손잡고 단풍 구경 한번 가봐야겠다.

류기형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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