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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미 북핵 엇박자, 기업이 희생양 안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31 16:49

수정 2018.10.31 16:49

美대사관 4대 그룹에 문의.. 세컨더리 보이콧 소동까지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협력 사업을 둘러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새로운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설치한다. 미국 국무부는 10월 30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28∼30일 방한기간 한국 정부와 이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국 간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 채널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북 비핵화와 대북 지원 간 우선순위를 놓고 그만큼 이견이 컸다는 역설적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는 이 같은 엇박자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다.

정부는 그간 누누이 한·미 간 북핵 해법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양측의 신뢰에 금이 가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렸다. 미 재무부는 지난 9월 국내 7개 은행에 직접 전화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따르라고 요구했다. '한국 정부 패싱'으로 비칠 수도 있는 징후는 더 있었다. 주한 미대사관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따라간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과 접촉해 대북사업 추진계획을 파악했다. 그뿐인가. 강경화 외교장관이 '5·24 제재조치' 해제를 거론한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지 않았나.

이런 한·미 간 불협화음이 증권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정도라면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 아래로 무너진 게 삐걱거리는 한·미 관계와 전혀 무관하다고 누가 장담하겠나. 오죽하면 금융위원회가 미국이 오는 11월 국내은행에 경제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가할 것이라는 '지라시'를 부인하는 자료까지 냈겠나. 정부는 지금까지 남북 평화무드로 '북한 리스크'가 줄면서 경제 호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이 정반대라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할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유럽순방 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영국과 독일에 대북 제재완화론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들 정상은 미국보다 더 강경한 북핵 해결 우선론을 폈다. 북핵 문제가 한반도 현안이기에 앞서 국제 이슈라는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될 이유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비핵화 협상이 오래 끌어도 상관없다"고 한 배경이 뭘까. 핵 신고 리스트 제출 등 근본적 비핵화를 회피하는 북을 상대로 제재를 더 강화하며 장기전을 펴려는 뜻일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북 투자를 서두르다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상황을 자초해선 더욱 곤란하다.
정부는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진전 사이에서 균형 잡힌 스탠스를 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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