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31 16:49

수정 2018.10.31 16:49

[데스크 칼럼]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

코스피지수가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코스닥지수도 1년 전으로 되돌림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은 그저 황망할 따름이다. '아~' 하는 탄식만 쏟아낼 뿐 다음 스텝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전문가들조차 예측이 어렵다고 할 정도다.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해도 국내 주식시장의 상황은 도드라지게 나빠 보인다.
우리 경제의 내적요인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경제성장 둔화와 고용 참사, 기업의 투자 부진 등 실물경제의 위기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개미들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정부의 태도가 실망스럽다. 김동연 부총리도,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지던 날 정부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터무니없는 규모도 그렇지만 돈을 풀어 주식시장을 견인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짓인지 투자자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누구나 한번쯤은 '성공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을 본 적이 있을 게다. 그런 책들의 공통점은 남다른 재주와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를 성공의 비책으로 꼽는다.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는 승부를 가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라고 말했다. '참고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생긴다'고도 했다.

지금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은 패닉상태다. 무역분쟁, 한·미 간 금리차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이는 곧 개인의 투매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공포심리가 극대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바닥이 어디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여기저기서 "이제 어떡하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쓴웃음으로 답한다. 그나마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다. "참고 버텨라. 위기에서는 버텨내는 사람이 승자다."

#. 지난 1991년 사과로 유명한 일본 아오모리현에 큰 태풍이 불었다. 과수원에서 익어가던 사과들이 죄다 떨어져서 내다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해 농사를 망쳤으니 농부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떨어진 사과를 줍던 한 농부가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몇 개의 사과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 사과들을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는 이름을 붙여 팔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떨어지지 않는'이라는 말과 '합격'이 연결되면서 수험생들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 됐다. 태풍으로 사과 농사를 망친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은 '통제할 수 있는' 일이었던 셈이다.

앞날의 주가를 내다보고, 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검토해야 한다.

정부 정책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 때를 놓치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정부가 '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것'도 좋지만 '때를 맞춰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상황이 더 나빠지면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더 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릴 수도 있다. 과감한 선택, 한발 빠른 조치가 절실하다.
한국 경제는 지금 1997년(외환위기), 2008년(글로벌 금융위기)을 떠올릴 만큼 위기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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