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차장칼럼] 변수를 상수로 오해하면 생기는 일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1 15:59

수정 2018.11.01 15:59

지난 2015~2016년 무렵, 서울시내 곳곳에는 못보던 중대형 호텔들이 하나둘 생겼다. 서울 중심가에 예전엔 분명히 철공소 골목, 인쇄소 거리, 낡은 호텔이 있던 자리였는데 어느날 보니 아주 멀쩡한 호텔이 생겨난 것이다.

알고보니 당시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해서 신축한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1위가 당시에는 한국이었다. 중국인들이 물밀듯이 한국을 방문하자 정부에서는 면세점을 왕창 늘려줬다. 서울에는 소위 '유커'라는 집단을 붙잡기 위해 수많은 식당과 숙박업소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2년전 '사드보복'이 시작되지 모조리 벼랑끝에 내몰렸다.

중국 하나만 믿고 사업 확장에 나섰던 수많은 유통사들이 그 뒤로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수 없었다. 지금은 대부분 극복을 했다지만, 결과론적으로 사드 보복 이후 한국 경제에서 벌어진 일들은 변수를 상수로 착각했을때 벌어지는 모든 잘못의 표본이었다. 중국인들의 한국 사랑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전부 외면했던 것이다.

기업들의 경영에서도 변수와 상수를 구분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최근에 포스코가 실적을 발표 했는데, 상당히 좋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이 한국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물량까지 쿼터를 배정해 제한 했다는데도, 국내 제일의 철강사는 끄떡 없었다.

이미 미국 시장이 가진 변수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수출 물량을 조절하면서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한창 회복되던 시기에 물량을 한껏 몰아주고 있었다면, 아마도 지난 3·4분기 포스코의 성적표에는 온통 빨간불이 번쩍였을 것이다.

조선사들은 올 3·4분기에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데, 이 또한 시장의 변수를 제대로 읽지 못해 생긴일이다. 2013년까지 국내 조선산업은 황금기를 보냈다. 밀려 드는 수주 때문에 값싼 배는 아예 쳐다도 안봤으며, 덩치 큰 해양플랜트를 경쟁적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여기에 결국 모조리 발목이 잡혀 버렸다. 유가는 하락하고 새로 발주되는 배들은 자취를 감췄다. 경쟁적으로 싸게 수주했던 물량들은 계속 만들어야 하니 수년째 남는것 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

한 분야가 호황을 누릴때 거기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모조리 쏟아 붓는다는 것은 결국 먹지 못하는 판이 왔을때 모두 잃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70년대 오일쇼크가 왔을때 로열더치셀은 이를 이겨내고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설수 있었는데, 이는 중동전쟁 발발과 석유 무기화를 사전에 정확히 예측해 냈기 때문이다. 지금도 글로벌 시장은 온통 돌발변수가 넘쳐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변수를 상수로 오해 하는 일이 없도록 계산기를 철저히 두들겨야 할 때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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