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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 실무전형 놓고 업계 반발 "수험생 아닌 특허청 직원만 유리"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2 17:25

수정 2018.11.02 19:55

정책 결정때 의견수렴 미흡 특허청 "차후에 대안 마련"
변리사 실무전형 놓고 업계 반발 "수험생 아닌 특허청 직원만 유리"


내년부터 실시되는 바뀐 변리사시험 전형 과정을 놓고 특허청과 대한변리사회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특허청은 산업계 요구와 국제적 추세에 맞춘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변리사회는 특허청 공무원에게 유리하게 바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변리사 자격에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대한변리사회는 청와대 앞에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변리사 자격시험 2차 전형의 '실무형 문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행 보류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변리사 자격 취득은 2회의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 현장에서 2개월간 교육과 6개월간 실습을 거쳐야 한다. 실습은 당락을 결정하는 과정은 아니다.
지난 2014년 특허청은 2차 전형에 특허관련 업무에서 사용되는 '실무형 문제'(특허 관련 서류작성)를 포함시키기로 하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당시 학계와 산업계에서 변리사 자격시험 개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실무역량 강화가 필요 하다는 요구가 있었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또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변리사 전형과정에 실무문제를 넣고 있으며 국내 변호사·회계사 시험 등의 자격전형에도 실무관련 문항이 포함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를 놓고 변리사회가 반발하는 이유는 실무형 문제가 일반 수험생에게는 어렵지만 특허청 공무원에게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변리사는 성적순으로 매년 200명가량을 뽑는데, 특허청 공무원들은 정원 외에서 2차 시험을 치른 뒤 일반인 합격자의 커트라인만 넘으면 변리사 자격을 얻는다. 특허 실무 서류작성은 수험생들이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이고, 이는 특허청 공무원들 합격률을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변리사회에 따르면 매년 특허청 출신들의 변리사시험 합격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청 공무원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도를 개선하면서 특정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지나친 오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변리사회가 변리사 수험생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44%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40.3%는 준비방법 부재와 부담 확대를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이런 반대여론이 일어나자 특허청은 이미 고시된 사안이기 때문에 우선 예정대로 시행하되 변리사 자격 전형에 대한 의사결정위원회를 개편해 다시 의견을 수렴한 후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대답을 내놨다.
현재는 특허청 공무원 3명, 변리사 2명, 학계 2명, 산업인력관리공단 1명으로 구성된 변리사자격.징계 위원회에서 관련 업무를 심의하는데 이를 변리사 제도와 징계를 담당하는 두 기구로 분할하겠다는 것. 제도를 담당하는 위원회에는 공무원 비중을 1명가량으로 줄이고 산업계와 변리사 등 민간위원을 늘려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변리사회는 시험문제 개편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오세중 변리사회장은 "변리사 실무전형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며 "수험생과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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