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바쁜 금융, 나쁜 징후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4 17:12

수정 2018.11.04 17:12

[데스크 칼럼] 바쁜 금융, 나쁜 징후

호떡집에 불난 듯 금융이 바쁘다. 금융위원회가 긴급회의를 갖고 자본시장 안정화자금 5000억원을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말 코스피가 2000 선 아래로 주저앉자 당국이 바로 반응했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도 시장을 안정시킬 멘트를 쏟아냈다.

징후가 나쁘다. 금융,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금융관련 정부 부처가 바빴을 때의 안 좋은 기억 때문이다.
현재의 경기상황과 외환보유액 등 경제체력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는 하지만 외환위기 때 경제뉴스의 시작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현재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었다. 당시 은행·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이헌재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의 입에 모든 이목이 쏠려 있었다. 악몽의 시절이었다.

최근 금융당국 움직임을 보면서 노심초사하지만 초긴장할 정도는 아니다. 주식시장이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대기업 관련 부문에 대한 목소리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아서다. 과거 외환위기 때 쌍용자동차, 대우자동차 부실이 조흥은행을 흔들었다. 기업 부실이 은행으로 옮겨붙자 금융당국은 실물경제의 위험이 은행 시스템으로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금융은 바빴다. 위기의 진원지는 미국이었지만 대외변수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는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휘청거렸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 말 외환보유액이 2600억달러였지만 단기 외화유동성 부족 우려를 씻을 수 없었다. 2007년 말 1000원을 밑돌던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후 1500원으로 치솟았다. 만약 극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두렵다.

또 10년이 지난 2018년 현재 금융이 부산스럽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 답변에서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 입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듣기 원하느냐"고 반문했지만 위기의 징후는 다양하게 포착된다. 1998년, 2008년과 마찬가지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초긴장 모드다. 만약 또다시 위기가 온다면 시작은 "비 올 때 우산 뺏지 말라"는 문구가 신문과 방송에 나타나기 시작할 때다. 업종도 자동차산업, 더 정확하게는 차 부품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11월부터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에 1조원 규모의 우대 보증 프로그램 시행에 나서는 등 선제적으로 움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재무상태가 취약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상승할 조짐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긴급대책회의 때마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는 언급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위기의 징후는 농후하다. 정부의 낙관론을 경계한다.
금융이 바쁠 때 기억은 정말 안 좋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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