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중남미 캐러밴과 탈북민 행렬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4 17:13

수정 2018.11.11 11:42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캐러밴(이민자 행렬)을 향해 "(미국 국경수비대에) 돌을 던지면 곧바로 총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군 800명도 멕시코 국경으로 급파했다. 그럼에도 난민행렬은 늘고 있다. 지금까지 7500명까지 불어났고, 조만간 1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있을 수 있다"거나 헌법상 권리로 인식돼온 '출생시민권'을 "미친 정책"이라고 공격할 때마다 보수층 유권자가 환호하고 있다.

이 같은 캐러밴은 중남미 먼 나라 일만은 아니다.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벌써 수십년째다. 정치적 박해와 굶주림, 인권부재 속에 고향을 탈출하는 행렬이다.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6년 이후 입국한 탈북민은 3만2042명이다. 2009년 한 해 3000명에 육박했던 국내 입국 탈북민은 2017년 1127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한 해 1000명 이상이 우리 사회로 유입되고 있다. 경중을 가릴 일이 아니지만 캐러밴이나 탈북민이나 두 행렬 모두 첨단과 풍요의 시대라는 21세기 인류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비극이다.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 문제는 늘 정치적으로 민감했다. 최근 급물살을 탄 남북화해 기류 속에서는 더욱 그런 모양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탈북민과 북한의 인권을 언급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극우보수로 분류된다. 여기에 중간지대는 없다. 우리 사회가 가진 포용능력의 한계점을 노출하는 대목이다. 국민여론 분열로 기생하고 연명해온 부끄러운 일부 우리 정치가 한몫해온 것도 부정하기는 어렵다.

사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은 미국 국민이나 캐러밴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는 내용이다. 중남미 빈곤은 미국의 책임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중남미에서 정치적 영향력이나 이득만 취했을 뿐 함께 번영하려는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다시 시선을 돌려보자. 우리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북한인권재단 예산은 108억원에서 8억원으로 92.6%가 삭감됐다. 북한인권정보시스템 예산이나 탈북자 정착금도 크게 줄었다. 물론 지난해까지 전쟁이냐, 평화냐는 두 가지뿐인 선택의 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를 찾기 위해 벌인 국제사회 설득 노력과 의지만큼은 국가지도자로 박수받을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북한인권 문제 대응 등에선 실망스러운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탈북민 출신 기자의 남북고위급회담 취재 배제 논란이나 북한식당 여종업원 기획탈북설 등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이 그렇다. 북한인권 문제는 여야나 진보·보수를 떠나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북한정권 붕괴를 목표로 하거나 대한민국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도 실향민 출신이다. 국내입국 탈북자 3만명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북한판 캐러밴'에 대해 답해야 할 때다.
인권을 정치가 아닌 인권으로 바라봐야 한다.

심형준 정치부 cerju@fnnews.com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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