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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100세 시대를 대비한 교육체계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5 16:58

수정 2018.11.05 16:58

[fn논단] 100세 시대를 대비한 교육체계

우리나라 남성들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기고 있다. 1970년에 59세가 못되었는데 50년 사이에 20년 이상이 늘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80세니까 1940년께 출생한 사람들은 조금만 관리하면 80대 중반까지 사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평균기대수명이 지금같이 증가하면 1960년께 출생한 사람들은 평균 90세를, 1980년께 출생자들은 평균 100세를 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우리의 사회체계가 평균수명 100년 시대에 맞추어 시급하게 변화해야함을 말해준다. 현재는 평균수명이 60년인 것을 기준으로, 20대 초반까지 사회에서 일할 준비를 해 60세까지 일하다가 퇴직 후 5~10년을 더 사는 생애주기를 전제로 만든 것이다.
이는 퇴직 후 일한 기간 만큼인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하는 현실에 맞지 않다. 당장에 보험, 연금 등의 사회보장제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저출산과 맞물려 생산인력 수급의 차원에서 정년 문제가 다뤄지고 있지만 교육은 현재의 대학입시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런 변화에 대비한 체계전환은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현행 초중고, 대학 4년의 교육체계는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구조 위에 2~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계적 자동화가 이루어진 후기산업사회와 정보사회의 교과과정이 적용된 것이다. 이 체계는 동일직종, 동일직장에서 평생 일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으로 정년을 맞는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으며 정년까지 직장을 바꾸는 횟수가 5회(미국은 12회)를 넘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접어들면서 인공지능이 직종과 직업의 대변혁을 만들어내면 직업전환의 횟수는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건강수명 연장까지를 고려하면 최소한 80세까지는 생산활동이 가능할 것이기에 교육체계도 이에 맞추어 변화돼야 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는 초중고교에서의 기초역량 개발에 집중하고 대학교육은 완전히 대학에 맡기는 것이다. 초중고의 교육내용은 교육자치가 되면서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교육은 필수가 아니고 선택임을 확실히 하자. 이제 중등학교까지는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갈 기본적인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고등학교부터는 기초과목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진출이 가능하도록 더 다양한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대학의 정원배정과 재정지원의 권한을 앞세워 대학의 모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한다. 대학은 창의성과 독창성 경쟁을 이겨낸 사람들의 집단이다.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 대학에 짜여진 틀에 맞추는 관료적인 관리기법을 적용하는 일을 계속한다면 모든 대학들은 한 가지 기준에 맞추어 정형화될 것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시의적절한 교육서비스의 창출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입학정원, 수업연한, 등록금 책정 등의 모든 권한을 돌려주어야 대학이 교육부의 수준을 넘어 우리 국민들의 수준으로, 세계의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년 없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교육서비스를 창출하게 하자.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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