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자동차업계, 일본 텃밭 공략 나서야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5 16:58

수정 2018.11.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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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자동차업계, 일본 텃밭 공략 나서야

동남아시아와 일본은 한국 자동차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일본에 수출되는 한국 자동차는 미미한 병행수입 물량을 제외하면 제로에 가깝다. 수년 전 일본 진출 실패의 쓴맛을 보고 대부분 철수해서다. 시장규모 연간 500만대인 일본은 도요타, 닛산 등 쟁쟁한 자국 메이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고작 5~6%다. 이마저도 일본 브랜드가 해외에서 생산한 것을 역수입한 게 상당수다.

동남아는 일본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6만대가량 수출했다. 다만 전년대비 4.4% 성장한 동남아 자동차시장 338만대의 2%도 채 안된다. 올 상반기엔 수출대수가 2만대에도 못 미쳐 후진 중이다.

동남아에서 유난히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일본의 공고한 시장 지배력에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90%를 웃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현지부품 충족요건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 이미 철옹성을 쌓은 일본을 빼곤 진출이 녹록지 않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산업이 내우외환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십개 브랜드가 혈투를 벌이는 연간 180만대의 한국 시장과 비교하면 동남아는 2배 수준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6개국 기준으로 2016년 이후 동남아 자동차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

특히 지난해 태국은 13.4%,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각각 8% 이상 고공성장했다. 중국의 공략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상하이자동차(SAIC)에 이어 올해 둥펑자동차그룹이 연간 100만대가 넘는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SAIC는 지난해 태국에서도 현지 대기업 CP그룹과 합작공장을 구축하는 등 동남아시장에서 중국이 '자동차굴기'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사실상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미국, 중국, 유럽 등 3대 시장만 바라보는 천수답 구조다. 그만큼 외부변수에 취약하고, 외형 확장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본에 가로막혀 자포자기한 시장만 따져도 동남아와 일본을 합쳐 연간 840만대 규모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시장 규모의 절반가량이다.
성장정체와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거대시장을 뚫기 위한 전략의 재정비가 요구되는 이유다. 영원한 1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 텃밭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숙적인 일본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의 한계도 결코 넘어설 수 없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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