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IT업계 선택적 근로제 유예기간 늘려야

김성환 정보미디어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의 공통적 애로사항이 있다. 버그(bug)다. 버그란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함을 뜻한다. 버그란 말이 널리 통용된 건 1945년부터다. 미국 해군 장교 출신 프로그래머 그레이스 호퍼는 연구실의 마크2 컴퓨터에 오류가 생기자 프로그램을 샅샅이 손봤지만 오작동을 고치진 못했다. 그러다 컴퓨터 내부에서 기판에 눌어붙은 나방 한 마리를 제거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버그를 잡는다는 뜻의 디버깅은 모든 프로그래머가 져야 할 짐이다. 프로그래밍 과정의 단순 오타로 특정 솔루션이 오작동할 수도 있다. 제작 과정에선 보이지 않던 버그가 완성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스코드가 길수록 버그 잡기는 더 어렵다. 특정 코드를 고치면 연결된 다른 코드가 엉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게임업체, 정보기술(IT) 업체 개발자가 밤을 새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젝트 마무리 기간이 다가올수록 버그를 잡거나 안정화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런 업무를 교대근무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개발인력 전원이 전체 소스코드를 똑같이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교대근무하듯 개발인력을 운영하기는 어렵단 얘기다.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주52시간 근로제도를 밀어붙이면서 제조업체와 IT업체들의 인력운영 패턴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제조업체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를, 그외 IT업계를 비롯한 병원·교육·보험업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를 정해 운영 중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도는 제조업체들이 운영하기 적합한 제도다. 노사 합의하에 2주에서 3개월까지 주단위 업무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정한 기간 주당 평균 52시간만 맞추면 된다. 반면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는 1개월 단위로 주당 평균 52시간을 맞추면 된다. 1개월간 주 평균 40시간만 맞출 수 있으면 특정 날짜에 장시간 근무해도 합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대다수 IT업체엔 선택적 근로제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1개월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납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우발적으로 추가 근무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탓에 정부는 내년 1월까지는 유예기간을 두고 법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시간만 준다고 해결이 될까. 한 IT업계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끝나면 우리 회사 대표는 범죄자가 될 판"이라고 털어놨다. IT업종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업종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추가 근무 시간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일이 몰릴 것을 예상해 단기간에 사람을 뽑았다가 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이 법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당분간은 지장이 없다.
그 대신 불완전한 제품을 서둘러 납품했다가 사후 유지보수 업무만 늘리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면 근로시간 단축은 가야 할 길이다. 다만 정부가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게 고민을 해야 한다.

ks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