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집배원을 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8 17:10

수정 2018.11.08 17:10

[특별기고] 집배원을 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

노사정이 참여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하 기획추진단) 정책권고안이 1년여 논의 끝에 마침내 지난 10월 22일 발표됐다. 기획추진단은 집배원의 과로사 근절, 장시간 중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규집배원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이미 언론에서 많이 보도됐다. 집배원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평균(2052)시간보다 693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763시간)보다 982시간 더 길고 날짜로 환산하면 각각 87일, 123일씩 더 일한다. 배달물량이 집중되는 설·추석 명절 기간 노동시간은 주당 무려 69.8시간에 달한다. 일반 우편물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1인가구 급증, 신도시 증가, 온라인 쇼핑 등으로 부피가 큰 소포와 택배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집배원의 노동 강도는 더욱 세졌다.


그런데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정해진 시간 내 업무를 완수하려면 집배원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뛰어다녀야 한다. 법으로 보장된 연가는커녕 끼니도 거르는 일이 다반사다. 예비인력이 없어 나머지 집배원이 배달 몫을 나눠 담당하는 겸배도 일상화되면서 그만큼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집배원의 산업재해율이 소방관보다도 높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배원은 늘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근골격계 통증을 달고 사며 심혈관계 질환, 호흡기 질환, 소화기 질환 위험도 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최근 10년간 집배원 166명이 사망했는데 근무 중 교통사고가 25건, 자살 23건, 뇌심혈관계 질환 29건, 암 55건으로 이는 장시간 중노동과 무관치 않다.

올해만도 동고동락했던 24명의 동지가 과로사와 돌연사 등으로 동료들 곁을 떠났다. 쓰러져가는 동지를 바라보며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노조와 사측,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획추진단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력증원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 세 차례 연구 프로젝트와 설문조사, 집단인터뷰 등 다각적으로 연구했다. 이렇게 해서 도출된 인력증원 숫자가 2000명이다.

이번에야말로 죽어가는 집배원을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2000명 증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집배원 삶의 희망도,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기획추진단의 정책권고안이 그저 권고로 그치지 않도록 국민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집배원은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왔다.
폭염과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이륜차에 늘 한가득 우편물을 싣고 달리고 또 달렸다. 도시를 넘어 인적이 드문 산골 오지마을까지 집배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집배원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매개체로서, 사랑의 전령사로 계속 남기 위해서는 기획추진단의 정책권고안이 현장에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

이동호 전국우정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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