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아직 경제 컨트롤타워는 김동연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1 17:24

수정 2018.11.11 17:24

[차장칼럼] 아직 경제 컨트롤타워는 김동연

지난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경제부처 정책질의를 마무리했다.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예산안을 심의·확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우리 헌법은 국가예산의 편성제출권을 정부에 주고 있지만 최종적 심의·확정권은 국회에 맡겨 서로 견제토록 하고 있다. 나라살림 권력을 나눠 형평·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올해 예결위는 달랐다. 내년도 예산안이 적정·공평하게 배정됐는지가 아니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 문제로 속기록 대부분이 채워졌다.


예결위 과정에서 김 부총리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경제위기'라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한 것이 발단이었다.

해당 발언을 놓고 언론은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평소 이견을 보여온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한 비판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최고위층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또 "소득주도성장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장 실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 부총리가 수장인 기재부는 곧바로 보도 참고자료로 맞대응했다. 청와대나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경제구조개혁·규제개혁 입법 등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야를 뛰어넘는 협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자료는 김 부총리가 이례적으로 기재부 대변인실에 직접 문구를 불러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만큼 자신의 뜻과 다르게 읽힌 것에 민감했다는 의미다. 당혹스러운 사건은 그 이후에 다시 벌어졌다. 김 부총리와 기재부가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정치권은 자신들 입맛대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김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등 청와대의 대결구도 프레임을 짜놓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급기야 김 부총리를 문재인정부에 반기를 드는 유일한 인물로 만들면서 띄우기도 했다. 한 야당 의원은 정부의 희생양으로 기정사실화하며 "지혜를 빌려달라"고 현직 부총리에게 사실상 영입 제안을 하는 웃지 못할 아이디어도 냈다. 물론 '경제'라는 화두는 정치권의 가장 좋은 무기다. 여야를 막론하며 어느 정권이든 경제를 수단으로 쓰지 않은 때는 없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경제부총리는 그런 경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에 정치에선 역시 좋은 소재다.

하지만 경제는 시시각각 변하며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지금처럼 잿빛 어둠이 짙게 깔린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경제부총리는 이런 불확실성에서 국가경제의 방향키를 쥐는 자리다. 한시도 자리를 비우거나 곁눈질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경제 컨트롤타워를 흔들어서는 안된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후임 경제부총리로 내정했지만 청문회를 통과하기 전까지 한국 경제의 방향키는 김 부총리가 쥐고 있다.
아직은 그가 경제부총리다.

jjw@fnnews.com 정지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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