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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선플로 사회적 갈등 비용 줄일 수 있어"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2 17:09

수정 2018.11.12 22:03

영어선생님서 선플아이콘 변신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악플고통에 자살했단 뉴스 듣고 악플 심각성·선플 중요성 깨달아
전세계 최초로 선플운동 일으켜 선플봉사자 100만명 확대 목표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 "선플로 사회적 갈등 비용 줄일 수 있어"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사진)이 '선플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민 이사장은 1980년대 문법과 독해 중심의 영어교육이 대세였던 때 영어회화 방식을 강조하며 실용영어 전도사로 이름을 날렸다. 영어교육 시장을 휩쓸던 그는 지난 2007년 돌연 선플운동가로 변신했다. 인터넷 공간의 비방 글로 인한 피해가 사회문제화될 때 좋은 말 쓰기 운동을 세계 최초로 제안한 것이다. 민 이사장은 선플운동본부를 만들어 지난 11년 동안 이 운동에 전념했다. 결과적으로 '선플' 분야에 상당한 업적을 남겼다.


올해까지 선플 자원봉사자 69만명이 참여했고, 750만개의 선플이 생겼다. 욕설, 폭력이 난무했던 정치권에도 점점 변화가 일었다. 매년 국회의원에게 선플상을 주면서 욕설, 비방 등이 크게 줄었다. 국회의원 299명 중 297명이 선플운동에 동참했다. 국제평화에도 기여했다. 일본에서 혐한 시위 및 비방이 심해지자, 이를 막아온 일본 시민단체 '가와사키'에 지난달 인터넷 평화상을 수여했다.

민 이사장에게 선플 운동사(史)를 들어봤다.

―선플운동 계기는.

▲지난 2007년 젊은 가수가 악플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내 강의를 수강하던 570명의 학생에게 악플로 고통받는 유명인 10명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선플'을 달아주는 과제를 냈다. 총 5700개의 선플이 달렸고, 학생들은 악플의 심각성과 선플의 중요성을 깨닫고 변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 선플운동의 시작이다.

―10년간 선플운동에 힘썼지만 악플은 끊이지 않는다. 한국만의 현상인가.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미국도 '혐오의 미국'이란 말이 화두가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기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될수록 비판과 비방의 글이 혼재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모바일 등 첨단기기 활용률이 높아지면서 학생, 노인 할 것 없이 비방 글이 다수 게재된다. 정보기술(IT) 강국일수록 인성교육 등 악플 예방교육이 절실하다.

―선플운동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나.

▲울산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인터넷 선플운동을 하자 학교폭력이 현격히 줄었다. 1차 조사에서 언어폭력 피해율이 40.7%에서 선플운동을 한 지 1년 만에 2%대로 감소했다. 또 신체폭행 발생건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선플을 다는 것만으로 효과가 큰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선플상을 주고 있는데, 최근 의원들 사이에서 비난·비방이 있었다.

▲의원들이 논쟁하는 건 당연하지만 인격모독을 한다든지, 상대방에게 근거가 없는 비방을 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들의 언행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재단에서 선플상을 주면서 의원들의 말을 항상 모니터링하기 때문이다. 의원들도 상을 받는다는 것은 자체로 좋은 말을 써야 한다고 느낀다. 여야를 떠나서 누구도 좋은 언어를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없다.

민 이사장은 지난 10년간 선플운동을 통해 국내와 국외에서 갈등이 줄었다고 자부한다. 연간 250조원이 낭비되고 있는 사회갈등 비용을 선플운동을 통해 줄이면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향후 목표도 뚜렷하다.
100만명의 선플 자원봉사자를 통해 1000만 선플 달기에 앞장서는 것이다. 또 약 750만명의 해외동포 인권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플운동을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민 이사장에게 이 같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에 대해 묻자 "당신 좋은 일 한다"는 그 말 한마디가 나에겐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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