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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부동산대책 두달] 거래절벽 이어 급매… 집값 하락국면 진입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2 17:42

수정 2018.11.12 21:08

9·13 대책 두달
상승세 주도한 강남3구서 호가 1억~2억 떨어졌지만 막상 매매거래는 '실종'
[9·13 부동산대책 두달] 거래절벽 이어 급매… 집값 하락국면 진입

지난해 재건축 아파트단지 가격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에서 최근 호가를 2억원까지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 9·13 시장안정화 대책 이후 '거래 중단'→'호가 하락'→'급매물 출현'→'본격 시세하락' 단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9·13 대책이 상당 부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기적 가격조정이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가격을 낮춰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 거래절벽이 발생하고, 청약시장의 비정상적 과열현상도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부 대책을 '절반의 성공'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서는 1억~2억원씩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정부도 9·13 대책 이후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 지난 11일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시장에 대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이 시장 안정과 같은 말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지금 부동산시장이 다소 안정됐다는 건 일정 부분 맞는 말이고, 물론 안정되면 좋은 것이지만 가격이 곤두박질치면 또 문제가 된다"면서 "지금도 9·13 대책으로 인해 가격이 꺾였다기보다는 그중에서도 대출규제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호가는 떨어졌지만 떨어진 가격에 거래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치상으로 매매가격 하락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종합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2004년 이후 시기에 따라 등락과 상승세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택 매매가격은 상승세를 보여왔다. 9·13 대책을 전후로 해서는 전보다 상승폭은 작았지만 전국 평균은 100.0에서 101.1로, 서울의 경우 106.0에서 106.6으로 소폭 올랐다.

양지영R&C연구소 양지영 소장도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지만 일시적일 수 있고 시장이 안정됐다는 말은 아니다"라면서 "시장의 유동자금은 언제든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준비가 돼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이 막히면서 부동산시장 거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사실상 거래절벽이라는 비정상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KB부동산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4.0으로 2013년 8월 12일 이후 약 5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책 이전인 지난 8월 말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65.7까지 올랐다. 권 교수는 "당장 가격 상승세를 억누른 것은 잘한 일이지만 가격이 떨어져도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재건축시장 매물은 거의 잠겼기 때문"이라면서 "집값 하락이 너무 길어지면 시장이 침체되고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전체 경기가 나빠질 수 있어 미리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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