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진호만의 문제 아냐.. 또 다른 양진호 존재할 수 있어”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3 13:26

수정 2018.11.13 13:26

“양진호만의 문제 아냐.. 또 다른 양진호 존재할 수 있어”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갑질은 괴상한 사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도 또 다른 양진호가 존재할 수 있고 그러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단순히 양진호를 처벌하고 양진호의 엽기 행각에 분노해서만은 안 되는 이유입니다” (김환민, IT노조 직장갑질 TF팀장)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사태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의 갑질 및 폭행 사례를 증언하는 자리가 국회에 마련됐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IT 노동조합은 1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갑질 및 폭행 피해를 당한 IT 업계 전·현직 종사자들이 나와 자신들이 당한 갑질 사례에 대해 증언하는 시간을 가졌다.

협력업체 소속으로 롯데하이마트 쇼핑몰 관리자로 일했던 양도수씨는 “수십명 직원들 앞에서 폭언과 함게 내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는 폭행까지 하고 협력업체에 압력을 넣어 강제해고까지 시켰던 하이마트 팀장과 매니저가 올해 2월 원직으로 복귀했다”며 “직위해제 및 지방으로 좌천시켰던 두 사람을 6개월 만에 복직시켰는데 왜 그런 건지 하이마트에 설명을 요청했음에도 묵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과도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웹디자이너 장민순씨의 유족 장향미씨도 발언에 나섰다. 장씨는 “직장상사는 동생에게 최소 4명이 해야 할 분량의 일감을 몰아주면서 정확한 업무가이드도 없이 결과물에 대한 질책과 컨펌까기를 반복했다”며 “직장상사는 채식주의자인 동생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고 야근이 한창인 와중에 업무와 무관한 책을 읽어오라고 하는 등 직장 괴롭힘이 지속됐다”고 폭로했다.

한 IT스타트업에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일했다는 김현우 디자이너는 "회사 대표로부터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 및 학업 포기를 강요당했다"며 "개인적인 물품을 소유할 수 없게 했는데 미니 선풍기를 샀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사원은 셔츠 색상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맞았고, 한 팀원이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에게 이 팀원의 뺨을 주먹으로 치라고 시키고, 약하게 때리면 다시 시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간담회를 주최한 이 의원은 "수많은 '양진호 회장'이 IT업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며 "제2, 제3의 피해자를 방지하고, 나아가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대한민국의 IT인재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IT노조와 함께 'IT업계 노동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 참여자(503명)의 23.26%가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을, 20.28%가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고 응답했고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는 11명, 왕따 및 괴롭힘은 24명, 성희롱·성폭력 피해는 16명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지난 1년 내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장재원 변호사는 "양진호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웹하드에 의한 여성 인권 유린과 IT 업계의 살인적인 노동현실이 모두 드러났다“며 ”IT 근로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무료 야근 관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엄격한 근로감독 실시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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