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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정부 정책 리스크로 韓성장률 둔화"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3 15:29

수정 2018.11.13 15:29

국제통화기금(IMF), 외국계 투자은행(IB)들에 이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경제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3.0%)보다 낮은 2.5%로 수정 제시했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제시한 전망치(2.7%)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내년은 더욱 암울한 것으로 분석했다. 무디스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2.3%로 0.6%포인트나 낮춰잡았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에 정책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韓 성장률 올해도 이어 내년에도 부진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아태지역담당 총괄이사는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9 한국 신용전망'을 주제로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국가 정책 리스크가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구즈만 이사는 "미·중 무역갈등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성장률을 둔화를 가져왔다"며 "특히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법인세 개정 등 문재인정부의 정책 리스크와 무역갈등 변수가 합쳐져 한국 내 경제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즈만 이사는 남북관계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한국경제의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그는 "올해 남북관계는 남북정상회담 등 화해(데탕트) 국면을 보이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췄다"면서도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리스크로 '인구 고령화'를 들면서 "한국의 인구 고령화는 부채와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친다. 인구 고령화 비용 등을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세 번째로 높은 구간인 Aa2로 설정한 상태다.

■기업실적 양호, 자동차는 부진 예상
무디스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내년에 둔화되더라도 한국기업들은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 박 무디스 연구원은 "비금융기업들은 내년에도 안정적인 재무 레버리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비교적 양호한 영업실적을 보이고 차입금 증가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적으로 보면 전자·반도체·화학 산업은 이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비교적 견조한 수준의 수익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23개 비금융 민간기업 가운데 5개사는 '부정적' 등급전망이 부여됐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SK텔레콤으로 현대차 계열사가 대부분이다. 박 연구원은 "자동차업체는 소폭의 실적 회복이 예상되지만 절대적인 수준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연구원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외부 환경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나빠지는 업황들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비우호적인 업종으로 건설, 자동차, 유통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상당한 수익성 저하가 예상되는 산업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라며 "현대차의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더라도 자동차부품기업들은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 양호, 지방은행·여신업계 우려
시중은행의 건전성은 양호하지만 지방은행, 신용카드와 캐피털 업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양현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시중은행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취해왔다"며 "강화된 글로벌 금융규제에 대응하면서 양호한 건전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지난 2016년 이후 저하되고 있다"며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외에 신용카드 및 캐피털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비우호적이라며 "신용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으로 대손율이 저하되고 있다.
캐피털업계도 높은 레버리지 비율로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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