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잠깐만요” 외치다 포기… 9호선 장애인 휠체어는 서럽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4 17:27

수정 2018.11.14 17:27

‘지옥철’ 휠체어 전용공간서도 밀리는 장애인들
승객들 입구까지 빼곡.. 전용공간도 비장애인 차지
순서 기다리다 군중에 밀려 1~2대 보내는 건 다반사
만원열차 공간차지 미안해 장애인들 지하철 이용 기피
멈춰선 휠체어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9호선 동작역 승강장에서 지체장애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 전용공간이었지만 승객들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사진=최용준 기자
멈춰선 휠체어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9호선 동작역 승강장에서 지체장애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하고 있다. 휠체어 전용공간이었지만 승객들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사진=최용준 기자

수없는 잠깐과 끝없는 잠시였다. 지난 12일 오후 6시 서울 지하철 9호선 동작역 승강장은 퇴근길 인파로 가득했다.
지체장애인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52·여)은 "잠시 만요. 잠깐 만요. 지나갑니다"라고 수차례 외쳤다. 잠깐이라는 말 한마디에 휠체어는 한 보폭 정도만 지나갈 수 있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휴대전화만 봤다.

■휠체어 전용공간에 타지 못 하는 장애인

지하철 열차 문이 열렸지만 승객들은 입구까지 가득 찼다. 이 소장이 탈 차례였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탑승 역시 엄두조차 내지 못할 상황이었다. 휠체어 전용공간에 부착된 손잡이에는 남성 2명이 걸터앉아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이 소장은 "기본적으로 열차 1, 2대는 그냥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장애인 휠체어 전용공간이지만 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소장은 전동차 2대를 지나 보낸 뒤에 탑승했다. 입구까지 꽉 찬 승객들은 이 소장에게 휠체어 전용 공간을 비워주지 않았다.

이 소장 휠체어 등받이 부분은 망가졌다. 그는 "우르르 승객이 한꺼번에 밀리면서 등받이 부분이 뜯어졌다"며 "승객 중에 휠체어에 발목을 찢거나 간혹 제 몸을 찍어 누르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지옥철에서는 본인 편의가 우선"이라며 "한번은 어떤 청년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데 왜 휠체어가 들어오느냐고 핀잔준 적도 있다"고 씁쓸히 웃었다. 이 소장은 사람이 더 많은 급행보단 일반행을 주로 이용한다. 이마저도 출퇴근 시간대는 탑승이 쉽지 않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가장 서러운 건 이동하고 싶을 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소장은 "분명 제 차례인대 승객이 꽉 막힌 상태에서 휠체어가 못 들어가다 보면 뒤에 줄을 선 사람이 쏙 타고 간다"며 "그럴 때는 왜 나는 휠체어전용공간에도 못타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휠체어가 공간을 많이 차지해 미안한 심정"이라며 "직장 때문에 9호선을 자주 이용한다. 6량이 늘어나며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은 이용을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9호선 혼잡도 높아, 휠체어 탄 장애인 기피

9호선 '지옥철' 앞에서 휠체어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꽉 막힌 지하철도 문제지만 휠체어 전용공간을 차지하는 비장애인 승객 인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7년 서울지하철 1~9호선 중 9호선이 평균 혼잡도 175%(일반 포함)로 가장 붐볐다. 혼잡도는 전동차 한 량 정원인 160명 대비 탑승 승객 인원으로 산출된다. 지하철 9호선 급행 염창→당산 구간이 201%로 가장 혼잡도가 높았다. 반면 9호선 휠체어 전용공간은 4량, 6량 모두 지하철 양쪽 끝부분에 2개씩이다. 1~8호선은 10량, 8량, 6량 등 9호선 보다 열차가 커 휠체어석도 대부분 4개씩이다.

서울시는 오는 12월부터 급행 전량은 4량에서 6량으로 늘릴 방침이다. 내년 말 일반 열차도 모두 6량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장애인 배려 캠페인을 약속했다.

9호선 관계자는 "휠체어 전용공간 배려문화를 위한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 초 역사에 있는 전광판, 전동차 내 화면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