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외국인들 엽전 '신기통보' 내밀며 "튀김 먹어볼래요"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4 17:29

수정 2018.11.14 17:41

무허가에서 연매출 20억 시장으로.. 전통시장 최초로 포인트카드 도입
매달 세스코에서 방역.. 위생 강화
손님 유치 비결은 '체험 콘텐츠'.. SK와이번즈와 마케팅 협업
야구티켓 가져오면 할인쿠폰 주고 유커들 위해 알리페이 도입 추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 주안동에 위치한 신기문화관광시장을 찾아 튀김음식을 맛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 주안동에 위치한 신기문화관광시장을 찾아 튀김음식을 맛보고 있다.

인천 주안동에 위치한 신기문화관광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점포들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 주안동에 위치한 신기문화관광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점포들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지역 초등학생들이 신기문화관광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지역 초등학생들이 신기문화관광시장에서 장보기 행사를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천=한영준 기자】 "오늘 문학으로 야구 보러 가요!" "싸게 줄테니깐 가서 응원 열심히 해요!"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지난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떨어진 신기문화관광시장에선 야구를 보러가기 전 먹거리를 사러 온 야구팬을 만날 수 있었다. 신기시장에서 족발 등의 먹거리를 파는 한 상인은 "야구장이랑 가까워서 야구 보러 온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며 "시장 상인들도 손님 옷이나 이야기를 듣고 '오늘 야구 하는 날이구나' 알곤 한다"고 전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지역선도시장으로 뽑힌 주안동 신기문화관광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무허가 시장이었다. '새롭게(新) 일어났다(起])는 뜻을 가진 신기시장은 1970년대 지역 철거민들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시장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400여개의 점포에서 1000여명이 일하고 연매출 20억원이 넘는 인천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주말이면 하루에 1만5000명에서 2만명 가까운 방문객들이 시장을 찾는다. 동네의 무허가시장이 어떻게 10여년 만에 지역을 대표하는 시장이 됐을까.

17년 동안 신기시장 상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린 신기시장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상인들의 꾸준한 노력과 문화스포츠 콘텐츠가 결합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 상인연합회장이 됐을 땐 도로가 포장도 안 돼 있었고 하수도 정리도 제대로 안 돼 있었다"며 "국비지원을 통해 차근차근 환경을 개선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운영이나 인프라면에서는 전국 최고수준을 자부한다"고 전했다.

상인들 차원에서는 환경 개선에 힘을 쏟았다. 신기시장은 국내 전통시장 최초로 포인트카드를 도입했다.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2013년 이후 200대 규모의 주차장을 지었다. 수도권에 있는 도심형 시장 중에는 가장 큰 규모의 주차시설이다. 2016년부터는 종합환경위생기업 세스코와 업무협약을 맺고 모든 점포에 매달 방역 소독을 진행한다. '전통시장은 비위생적'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한 작업이었다.

김 이사장은 "시장 인프라가 개선되던 차에, 차로 10~15분 거리인 송도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며 "맛집처럼 시장도 소문 나면 손님이 늘더라"고 귀뜸했다.

프로야구구단 SK 와이번스와의 협업도 마케팅에 큰 힘이 됐다. 야구단의 모기업인 SKT와의 업무제휴로 시장에 야구거리를 만들었고, 야구티켓을 가진 방문객에겐 할인 쿠폰도 지급한다. SK행복드림구장에는 신기시장 홍보부스도 마련돼 시장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김 이사장은 "SK와이번스 주장이 신기시장의 홍보대사를 맡기도 하고, 시장에 행사가 있으면 야구장 전광판에 홍보도 해준다"며 "덕분에 젊은층도 먹자골목이 많이 찾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체험형 콘텐츠인 '신기통보'도 방문객 유치에 한몫했다. 신기통보는 신기시장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엽전이다. 김 이사장은 "장보기에 재미를 더해 외국인 관광객이나 어린 아이들이 시장을 오게 하는, 체험형 콘텐츠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명물이 된 신기시장의 새로운 타켓층은 '외국인 관광객'이 됐다. 시장 안에 작게나마 휴게공간을 설치하고, 모든 매장에 픽토그램을 활용한 보조 간판을 설치했다. 시장 맞은 편에는 버스 주차장도 만들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편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게 알리페이도 도입하는 단계다.

신기문화관광시장 육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박용진 청운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까운 편이라 환승고객들이 시간을 내 자주 찾는다"며 "한국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한 달에 1500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 처음으로 외국인 방문객 2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많아야 7000~8000명이 왔지만, 인프라를 갖추면서 3배 가까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내년 봄에는 상설 야시장도 오픈 중이다.
신기시장은 올 봄에 이벤트성으로 야시장을 열었다. 주말에만 하는 다른 시장과 달리 일주일에 4~5회를 여는 상설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 사업단장은 "야구장, 주안 숙박단지와 연계해 지역 특화거리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바로 붙어 있는 중앙시장과 서부시장의 골목을 활용해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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