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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고의 분식회계 파장] "1년반새 뒤집힌 결론.. 전문가 판단 중시하는 IFRS와도 상충"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4 21:11

수정 2018.11.14 22:04

고의 판단에 회계업계 충격.. 재계 "정권따라 잣대 바뀌어"
신산업 육성에도 찬물 우려
[삼바 고의 분식회계 파장]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회계업계와 재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회계업계는 원칙 기반(principle based)의 전문가 판단을 중요시하는 국제회계기준(IFRS)과 상충하는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도 금융당국이 정권교체 후 동일 사안에 대해 기존 판단을 뒤집는 '오락가락 행정'으로 바이오뿐 아니라 신산업 전체의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회계업계 "이럴 거면 IFRS 왜 하나"

1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증선위가 금융감독원의 삼바 재감리 사건에 대해 심의를 거쳐 분식회계 결정을 내리자 산업계 전반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삼바 분식회계 재감리 사건은 금융당국이 무혐의 처리했던 사안을 1년반 만에 재감리를 벌여 정반대 결론을 내린 점을 회계업계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지난해 초 삼바 분식회계 의혹이 일자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한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삼성바이오 상장 과정의 특혜 의혹에 대해 무혐의 종결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도 지난 6월 삼성바이오와 관련, "IFRS의 가장 기본이 전문가 판단에 근거한다는 것인데 이를 다른 전문가가 심의한다는 건 IFRS 자체에서 용납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계전문가가 판단한 사실과 논리구조, 포뮬러(공식)상 문제가 없는데 다른 전문가가 이견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IFRS 환경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IFRS는 원칙이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 감사인과 회사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날 (증선위) 결론으로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생겼을 때 감사인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도 "감사인 입장에서는 회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알 수 없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기법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삼성바이오 결론은) 사후에 추가로 수집된 정보를 가지고 최종 판단을 한 것으로, 감사인이 감사할 당시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선위의 판단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합리적 판단이라고 본다. 이번 결론으로 기업, 회계법인이 회계감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회계법인이 기업의 회계감사를 하는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충분한 시간 동안 재무제표 감사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등 기업, 회계법인 감사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정권 바뀌자 결론 뒤집어"

재계는 금융당국이 정권이 바뀌고 시민단체 등 진보진영의 압박이 거세지자 '손바닥 뒤집기'식 판단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삼바 사건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로 촉발됐는데, 결국 삼성물산 합병의 부당성과 과거 정권과의 유착 문제와 연결지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더욱이 금감원이 이미 무혐의 결정을 내린 걸 정권이 교체되자 다른 잣대로 재감리를 벌여 처벌하는 건 민주주의의 근간인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훼손한 중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임원은 "중요한 건 삼바가 상장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상장 과정에서 관계기관에 문의해 절차에 따랐고, 합법적이란 결론이 난 사안을 나중에 다시 심판함으로써 발생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말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판단 번복으로 삼성의 미래사업인 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은 지난 8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방안을 발표하면서 바이오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차량용 전장, 5G(5세대) 통신 등 4대 미래사업 분야를 선정해 향후 3년간 25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삼바가 분식회계 판정으로 주식거래정지 등 상당 기간 정상적 기업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삼바 이슈로 셀트리온 등 바이오업계 주가가 동반 하락할 만큼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성장산업이고 수조원의 투자가 단행된 장치산업을 입증되지 않은 증거와 추측만으로 회복 불능의 행정처분을 내린 건 정부가 제도적 리스크를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신산업은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게임의 룰'이 정권에 따라 바뀐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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