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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광주형 일자리 짝퉁을 만들 셈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8 17:20

수정 2018.11.18 17:20

노동계 물타기에 말려들어 저비용·고효율 훼손 없어야
문재인정부의 노사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또다시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광주광역시와 현대차는 18일에도 투자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갔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 시한인 12월 2일까지 협상을 지속할 계획이나 결과는 불투명하다.

광주시가 현대차에 당초 제시했던 협상 초안과는 거리가 먼 수정안을 내민 것이 화근이었다. 광주시는 지난 5월 '주 44시간'과 '평균연봉 3500만원'을 제안해 현대차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았다. 그러나 최종 협상에서는 '주 40시간'과 '임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하에 추후 결정'으로 바꿨다.
차이 나는 4시간에 통상임금의 150%를 적용하면 임금은 연 3500만원을 훌쩍 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단협 협상 5년간 유예' 조항이 삭제됐고, 노동자 이사제가 추가됐다.

광주형 일자리사업은 지역의 시민사회 주도로 노·사·민·정 대타협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지역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임금을 절반으로 낮출 테니 현대차가 공장을 지어 지역 청년실업자들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시발점이다. 기존 노·사·정 모델과 비교하면 노의 개념을 지역사회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타협을 통해 노(지역사회)는 장기안정적 일자리를 얻고, 사는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실현함으로써 이익창출 기회를 얻는 상생 모델이다.

현대차는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도요타 등 해외 유수 업체들과 비교하면 임금은 높고, 생산성은 낮다. 그 결과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6%나 줄었다. 그 결과 부품업체들이 도산하는 등 자동차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는 목을 죄고 있는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저비용·고효율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성공하려면 노동계부터 달라져야 한다. 현대차·기아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에 물타기를 해서는 안된다. 청년실업자들이 취업의 꿈을 이루는 것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적극 도와야 한다. 총파업 주장을 철회하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1989년 경제위기로 생산량이 격감하자 인건비를 낮춘 신차 공장을 세워 위기를 극복한 독일 폭스바겐 노동자들의 성공 사례를 기억하기 바란다.

광주시는 타협점 도출에만 급급한 나머지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짝퉁으로 만들면 곤란하다. 노사 상생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면 이 사업은 실현되기 어렵다.
설혹 실현되더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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