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국민연금 개혁, 노무현식 vs. 문재인식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9 17:25

수정 2018.11.19 17:25

11년 전 정공법으로 승부수.. 그 덕에 고갈시기 13년 늦춰
모두를 만족시킬 샛길 없어
[곽인찬 칼럼] 국민연금 개혁, 노무현식 vs. 문재인식

국민연금 개혁의 계절이 돌아왔다. 11년 전, 그러니까 2007년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이 손을 봤다. 그땐 40년 뒤, 곧 2047년이면 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걸 2060년으로 늦췄다. 원래는 더 늦추려 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바꾸면 가능했다.
그러자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들고 일어났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타협점을 찾았다. 그래서 그대로 내고 덜 받게 됐다. 이때 소득대체율이 뚝 떨어졌다.

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은 초기 가입자에게 아주 후했다. 처음 가게 문을 열면 손님 끌려고 이것저것 얹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입기간 40년을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은 2007년까지 60%였다. 참여정부는 이 비율을 2008년부터 50%로 뚝 떨어뜨렸다. 그 뒤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춰서 2028년 40%에 이르도록 설계했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5%다. 생애 평균소득이 월 100만원이라면 연금으로 월 45만원을 탄다는 뜻이다. 단 가입기간 40년을 꽉 채웠을 때 얘기다.

올해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새로 했다. 사람으로 치면 종합검진이다. 그랬더니 오는 2057년에 기금이 거덜난다는 계산이 나왔다. 3년 앞당겨졌다. 이유는 물으나마나다. 노인은 많아지고, 젊은이는 갈수록 줄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예상 고갈시점 40년을 앞두고 연금에 손을 댔다. 2057년이면 앞으로 39년 뒤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손을 볼 때다.

답은 다 나와 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이 불가피하다. 그래야 고갈시점을 한참 뒤로 미룰 수 있다. 하지만 여론과 정치권의 반발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선택이다. 대안으로 참여정부처럼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길로 갈 수도 있다. 이 경우 고갈시점을 2070년께로 늦출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소득대체율은 지금보다 더 낮아진다.

만약 고갈시기도 늦추면서 동시에 소득대체율도 높이고 싶다면? 과욕이지만 방법이 없진 않다. 보험료를 왕창 더 내면 된다. 지난 8월에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실제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소득대체율을 지금처럼 45%로 죽 가져가려면 내년에 당장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1%로 2%포인트 높여야 한다. 그런 뒤 2034년부턴 12.31%로 인상하고, 그 뒤엔 5년 주기로 요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재정은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돼야 한다(국민연금법 4조①항). 들어오는 보험료와 나가는 급여를 비등하게 맞추란 뜻이다. 이를 적립배율이라 한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제도발전위원회는 70년 뒤 적립배율 1을 목표로 국민연금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연금전문가 15명이 지난해 12월부터 28번 만나서 지혜를 모은 소중한 결과다.

문 대통령이 정부안 초안에 퇴짜를 놓았다. 정부안은 제도발전위 권고를 반영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이어 청와대 사회수석에 대선캠프 출신의 연금 전문가를 앉혔다. 복지부는 쩔쩔맨다. 그래선 안 된다. 경제에 조금 내고 많이 받는 요술은 없다. 그러다 남미 짝 난다. 제도발전위 권고안이 모범답안이다.
대선 공약대로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려면 길은 딱 하나, 보험료율을 대폭 올리는 수밖에 없다. 11년 전 노 대통령은 정공법에 승부수를 걸었다.
문 대통령도 같은 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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