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관웅의 사람과 세상] 중국의 '일대일로'와 뼈아픈 기억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0 17:12

수정 2018.11.20 17:12

[김관웅의 사람과 세상] 중국의 '일대일로'와 뼈아픈 기억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넘어 본격적인 충돌을 시작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요청이라는 말은 외교용어일 뿐 미국이 아닌 중국 편에 서라는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다는 게 이를 보는 외교가의 시각이다.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등장하면서 추진하기 시작한 일대일로는 중국이 전쟁 등 만일의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미국의 해상봉쇄를 피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다. 또 중국의 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남중국해~인도양~대서양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 중국이 세계 '슈퍼파워'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중국은 이미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인도양과 접한 국가에 해양기지를 건설해주고 이를 조차해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내륙으로는 주변국들에 경제협력 방식을 통해 중국에서 시작되는 고속철도망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물류, 에너지, 산업 등을 하나로 묶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 경제블록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나 내륙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대상으로 삼는 곳은 대부분 미국과 외교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정치문제로 혼란을 겪는 제3세계에 치우쳐 있다. 즉 일대일로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의 대척점에 서라는 것이다.

시진핑의 일대일로는 정확하게 600년 전 화려했던 해상강국 명나라 때의 찬란한 기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해군에 특히 강했던 송나라를 이어받은 명나라는 1421년 명나라 영락제가 난징에서 베이징으로 천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도양을 호령하던 거대 제국이었다. 과거 인도양을 휘젓고 다녔던 정화함대는 8000t급 초대형 보선 60여척과 이를 호위하는 소형함선 100척까지 포함한, 지금으로 따지면 항공모함 전단이었다. 보선 크기는 가로 60m, 세로 150m에 달했다고 하니 그 당시 명나라 해군이 얼마나 강성했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어쨌든 명나라는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돌연 해양에서 철수했다. 이른바 '해금령'이다. 이는 세계의 주도권이 동양에서 서양으로 넘어가는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이후 중국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명나라의 신하국으로 자처했던 조선도 돌연 바다에서 철수하며 망국의 길을 갔다는 점이다.

중국과 조선이 문을 잠그고 쇄국정책으로 전환한 사이 전통적 해양세력인 일본은 이때부터 번성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양을 건너온 서양 세력에 문명과 기술을 습득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발전해갔다. 명나라와 손잡고 '눈 감고 귀 막은' 조선은 이사이 일본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었다. 또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한참 성하고 있는데도 국제정세를 파악하지 못하다 병자호란을 통해 삼전도의 치욕까지 당했다.

국제질서는 참으로 냉혹하다.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반드시 그 파동이 되돌아온다. 나라 전체가 위기가 빠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없어질 수도 있다.
냉전시대와 데탕트를 지나 신냉전 시대로 다시 들어서는 지금의 국제정세는 분명 전환점에 서 있다. 전환점에서 어느 쪽을 택하는지는 이미 답이 나와있을 수도 있다.
데탕트의 시대는 회색지대가 존재하지만 다시 시작되는 신냉전 시대에는 회색지대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kw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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