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갑질·먹튀’ 언급하며… 文대통령,‘생활 적폐’ 칼 뽑았다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0 17:32

수정 2018.11.20 21:55

"유치원·채용 비리 분노 커.. 이번 정부의 중요한 과제"
3차 반부패정책協서 강조.. 공공 중심 특단대책 주문
‘갑질·먹튀’ 언급하며… 文대통령,‘생활 적폐’ 칼 뽑았다

"국민들이 '갑질' 문화에 질려있다.", "병원들이 소위 '먹튀'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3차 반부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갑질', '먹튀'는 보기에 따라선 어감이 센 단어들이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적폐 청산 대상을 권력형에서 생활형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이후 각 부처의 대책을 보고받는 자리였다. 참석한 장관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엔 "지금 대책은 근본적으로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 "더 본질적 대책을 보고하라"고 질책했다.
적폐청산 2탄격인 '생활 속 적폐청산'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진땀 흘린 장관들

지난 1·2차 회의가 권력형 적폐 청산에 집중했다면 이번 3차 회의부터는'생활 적폐 청산'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생활적폐 유형을 크게 9가지로 구분했다. △학사비리 △공공기관 채용비리 △공공분야 불공정 갑질 △보조금 부정수급 △지역토착 비리 △편법·변칙 탈세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안전분야 부패다.

도시락 오찬을 겸해 장관들의 9개 분야의 '생활적폐' 대책 보고가 끝나자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는 더 세졌다. 문 대통령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학사 비리 대책 보고에 대해 "정부의 정책 방향인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진보 단체가 주장하는 수능 비중 축소·내신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들의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며 "학교와 내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 등 제도 개선이 불가능하므로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사립유치원 비리 대책에 대해서는 "유치원 폐원, 원아모집 중단 등 당면한 문제에 대해 폐원 시 주변 병설유치원 정원 증원 등 임시 대책을 세밀히 마련해 국민들에게 분명히 제시하라"고 대책 보완을 지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재개발·재건축 비리 대책을 보고받은 뒤에는 "현장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전문지식 있는 주민들이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라 시행사가 돈 되는 재건축 장소를 발굴해 주민대표 등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고한 요양병원 비리 근절 방안에 대해서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환수결정액 대비 징수율이 4.72% 미만인데, 이는 문제가 된 병원들의 소위 '먹튀'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국민들의 혈세가 허술한 감시로 날아가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비리 몇 건을 적발하겠다는 것은 대책이 안 된다. 사무장, 병원장 등 연대 책임을 물어서 병원이 문을 닫아도 (부정수급액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기존과 똑같은 대책이 아닌 조금 더 본질적인 대책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사안별로 세세한 지시와 질타로 당초 40분을 예정했던 회의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보고자들을 질책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대통령이 사안 하나하나를 세부적으로 알고 있었고,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며 "'세부적인 것까지 어찌 그리 잘 아시나'라는 것이 오늘 참석자들의 중론이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반부패정책, 5년 내내 추진"

문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반부패 정책은 이번 정부의 핵심과제로서,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들"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9가지 과제 이외에도 주기적인 실태조사 등을 통해 신규 과제를 발굴하고, 부처간 업무 조정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생활적폐 대책 협의회'를 만들 계획이다. 첫 회의는 다음달 초에 열린다. 각 부처별로 분기별 적폐청산과제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성과를 보고토록 했다.


시행 2년을 맞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도 강화하기로 했다.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청탁행위 적발을 위한 내부신고 활성화 방안과 안전한 신고여건 조성을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청탁금지법 사각지대의 근원적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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