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원전 공론화’ 1년, ‘공론(空論)’으로 끝나는가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1 17:12

수정 2018.11.21 17:29

[차장칼럼] ‘원전 공론화’ 1년, ‘공론(空論)’으로 끝나는가

김지형 전 대법관은 지난해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해산하면서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한쪽이 모든 것을 얻고 한쪽이 모든 것을 잃는 형태가 아니다. 양쪽의 입장을 조율해 절충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의다. 원전 논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2017년 10월 언론 인터뷰) 당시 우리 사회는 '숙의 민주주의'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확인했다. 전문가(원전 산업·학계)와 정책 생산자(정부)가 아닌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민이 논의의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는 컸다.


1년여가 지났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탈원전을 놓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전문가와 관료(정부), 두 집단은 반목한다. 정부는 공론화 결과(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발표 직후 '점진적 탈원전(2038년까지 14기 감축)' '급진적 신재생(2030년까지 발전비중 7%→20%)'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올 6월엔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수명 2022년) 조기 폐쇄,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로 쐐기를 박았다. 곧이어 찾아온 111년 만의 폭염에 누적된 갈등이 분출했다.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 오류, 원전 예방정비 강화 등이 모두 탈원전 탓이 됐고, '전기요금 폭탄' 공포로 번졌다. 정부조차도 '탈원전 딜레마'에 빠진 듯 정책은 정교하지 못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이 탈원전과 같지 않다고 거듭 설명한다. 그러나 전국 곳곳의 숲에, 저수지에 빠르게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뒤탈이 없을지 걱정스럽다. 정부가 연간 수조원의 예산(보조금)을 쓰는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2030년까지 발전비중 20%)'이 역으로 실현 불가한 '2030'처럼 쫓기는 듯 성급해 보여서다. 에너지 전환은 위기에 빠진 주력산업과 연계돼 일자리를 만들고, 신산업·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이 선순환, 지속 가능하다는 확신을 국민들이 갖도록 해야한다. 에너지 전환이 가야 할 길이라면 정부가 속도를 조절하고 소통, 설득의 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원전 전문가집단은 탈원전에 더욱 뭉쳤다.
이들은 영국원전 수주 난항의 책임도, '전기요금 공포'도 모두 탈원전으로 돌렸다. 원전산업 이해 당사자들은 수십년 그들만의 벽(기득권)을 공고히 쌓았다.
'원전마피아'라는 오명을 자초하며 국가예산을 좀먹었다(2018년 국정감사, 2013년부터 5년9개월간 납품비리·부실시공·불량자재 사용으로 인한 원전정지 국가적 손실 17조원). 반(反)탈원전을 주장하기 앞서 이들 스스로 자정, 쇄신, 혁신(대안 제시)해 변화를 보여주며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와 관료(정부), 두 집단의 갈등에 국민들은 피로하다. 김 전 대법관이 말한 '정의'는 공론화를 끝으로 어디에 갔는가.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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