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발 뗀 경사노위, 獨 하르츠 개혁을 배우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2 17:27

수정 2018.11.22 17:27

노조보다 국민경제 봐야
입법화 과정도 첩첩산중
대통령 자문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2일 출범했다. 출범식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17인 위원들을 격려했다. 원래 18명이지만 민주노총은 불참했다. 경사노위는 예전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사노위, 특히 민노총·민노당 출신 문성현 위원장(66)의 어깨가 무겁다.

경사노위가 참고할 두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다른 하나는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다. 먼저 국내 사례를 보자. 노사정 협의체는 20년 전 외환위기의 산물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던 1998년 1월에 처음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도 노사정위를 통한 대타협 시도가 있었다.

경사노위가 주목할 것은 박근혜정부다. 3년 전 노사정위원회는 9·15 합의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합의문은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정부가 5대 노동개혁을 강행하려 하자 한노총은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고 노사정위에 발길을 끊었다. 아예 불참했던 민노총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이끌던 문재인 대표도 강한 태클을 걸었다. 2016년 봄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제2당으로 전락하자 노동개혁은 물거품이 됐다.

독일 슈뢰더 전 총리(재임 1998~2005년)는 친노동 성향의 사회민주당 출신이다. 하지만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그가 주도한 하르츠 개혁은 장기 실업급여를 삭감한 게 골자다. 지급 기간을 나이별로 차등했다. 젊은 사람은 짧게, 중장년층은 오래 줬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우선 일자리부터 구하라는 취지다. 슈뢰더는 2005년 가을 총선에서 보수 기민당 출신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정권을 내줬지만 하르츠 개혁은 독일 경제를 살찌우는 밑거름이 됐다.

경사노위는 민노총 없이 출발했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강성 민노총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집권시 노동개혁에 실패한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에 앙갚음을 벼르고 있을 게 틀림없다. 한국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김학용 의원) 자리도 차지했다.
경사노위는 자문기구일 뿐 입법권이 없다. 앞길은 온통 진흙밭이다.
경사노위가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하르츠 개혁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