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금융당국 원칙 바로 세워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2 17:27

수정 2018.11.22 17:27

[데스크 칼럼] 금융당국 원칙 바로 세워야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1년 연기,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고의적 분식회계, 우리금융지주회장·행장 겸직….

최근 한달 사이에 일어난 금융권의 굵직한 사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나하나가 그동안 관련업계, 해당 기업들의 최대 현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결정이라는게 첫 번째 공통점이다. 두 번째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원칙 없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후자는 금융 당국에 뼈아픈 대목이 아닐수 없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국내 보험사들이 연장을 요구했던 IFRS 17 제도 시행을 1년간 유예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이 2년 연장을 요청했으나 1년간만 유예돼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시간을 벌 수 있게 돼 한숨을 돌렸다.
IASB는 당초 오는 2021년부터 금융사의 자산 및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IFRS 17 도입을 결정했다. 이 경우 국내 생보사들의 판매비중이 높은 저축성보험의 보험료는 추후 돌려줘야 하는 부채로 잡혀 판매할수록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결국 보험사 입장에선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1년간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문제는 1년간 유예가 금융당국이 요청해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국은 RBC 비율 150%를 맞추라며 지난 9월까지도 IFRS 17 도입준비위원회 회의를 5차례나 열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압박했다. 자본확충 여력이 없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시행 연기를 요청했지만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IASB에 어떤 요청을 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IASB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유럽계 보험사들의 요구를 수용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바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6년 12월과 지난해 3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하지만 2년이 지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고의적 분식회계'라며 결론을 뒤집었다. 정권교체를 앞둔 2017년 3월 삼바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해 정권이 바뀐 뒤 결론이 뒤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금융당국이 원칙 없이 갈팡질팡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는 또 어떠한가.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2016년 7개 금융사에 지분을 분할매각하면서 향후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2년 만에 다시 금융지주로 전환을 앞둔 시점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의견을 갖는 게 타당하다"며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최 위원장은 우리은행 지분 18.4%를 가진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주주의 책무를 수행하겠다는 점을 전제로 달았다. 그럼에도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의심을 지울수가 없다.
금융당국 수장을 지낸 어느 고위공직자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관(官)이 치(治)하기 위해선 먼저 원칙이 바로 서야 하지 않을까.

hjkim@fnnews.com 김홍재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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