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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노총 압력에 무너진 '탄력근로제 협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5 17:05

수정 2018.11.25 17:05

여야정 합의 18일만에 무산.. 문정부 협치 말할 자격 있나
문재인정부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관한 입법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논의를 지켜본 다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여야정 협의체의 탄력근로제 연내 입법 합의는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여야가 합의한 지 18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어 협치방안을 논의했다. 여야는 당시 12개항의 합의사항을 내놓아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재계가 요구한 탄력근로제 연내 입법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돌연 탄력근로제 입법을 내년으로 늦추자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타협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점에는 공감이 간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민주노총의 막무가내식 압력에 휘둘려 야당과의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 과연 이성적 판단인지는 의문이다.

야당은 비록 집권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국회 일부를 구성하며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정운영의 주체다. 이익단체인 민주노총과 비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거부하고 있다. 참여 없이 권리 주장만 하는 민주노총의 행태는 비민주적이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민주노총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이제는 선을 그어야 한다. 모처럼 조성된 야당과의 협치 동력을 살리지 못한다면 국정운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

올 들어 경제는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5%에 그치고, 내년에는 2.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가 그렇게 여유를 부릴 형편이 아니다.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연내에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최저임금에 이은 주52시간 근로제 후폭풍이 우려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4일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촉구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문재인정부는 민주노총만의 정부도, 참여연대만의 정부도, 또한 민변만의 정부도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정부는 지금 그것을 말로 할 때가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탄력근로제 연내 입법 합의를 지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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