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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용카드사가 공기업인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6 16:50

수정 2018.11.26 16:50

당정, 수수료율 또 내려.. 카드업계엔 감원 한파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가 26일 신용카드 수수료율 개편안을 내놨다. 우대 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넓히고 요율을 낮추는 내용이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영세·중소 자영업자들은 다락같이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고전 중이다. 하지만 당정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수수료 인하 당근을 내밀었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두자릿수(10.9%) 오른다.
당정은 그때 가서 수수료를 또 내릴 텐가.

카드 수수료율 정책은 정치가 시장을 망친 대표적인 사례다. 그 씨앗은 18대 국회(2008~2012년)가 뿌렸다. 2012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손질했다. 개정안은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위헌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직접 시장 가격을 정하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원안대로 확정됐다. 그 뒤 골목상권 정책이 나올 때마다 신용카드사들은 폭리를 취하는 주범으로 몰렸다.

문재인정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번엔 아예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범위를 현행 연 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6배나 올렸다. 연 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2.05%에서 1.4%로, 10억~30억원 가맹점은 2.21%에서 1.60%로 떨어진다. 당초 우대수수료율은 영세 사업자를 돕는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취지 자체가 무색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카드사다. 지난 몇 년간 카드사 수익은 쪼그라들었다.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카카오페이 같은 혁신 경쟁사들은 카드사 영역을 속속 침범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엔 감원 한파가 분다. 일자리정부에서 좋은 일자리가 사라질 판이다. 위기감을 느낀 카드사 노조들은 당정 개편안이 나오자 "총파업을 불사한 대정부 투쟁으로 질기게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입자들은 또 다른 피해자다. 카드사들이 비용을 줄인다며 여러 혜택을 깡그리 줄였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문제의 본질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는 효과가 불투명한 보완책에 불과하다. 최근 손경식 경총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재고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당정은 이 요청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금융위원회도 정신줄을 놓아선 안 된다.
금융 당국이 금융산업을 진흥시키진 못할망정 신용카드업을 고사시키는 데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신한·현대·삼성카드와 같은 신용카드사들은 공기업이 아니다. 정부 지분이 한 주도 없다.
카드 수수료율은 시장 자율에 맡겨라. 대신 정부의 역할은 세제와 재정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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