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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만 탈원전 포기, 우리도 출구전략 찾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6 16:50

수정 2018.11.26 16:50

민진당 정부에 옐로카드.. 속도조절은 세계적 추세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4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민심이 확인되면서다. 대만중앙선거관리위는 25일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중단시킨다'고 규정한 전기법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안건이 찬성 589만5560표(59.5%)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탈원전을 공약한 민진당 정부의 원전 유턴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간 대만 사례를 벤치마킹하다시피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어온 문재인정부에도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닐 듯싶다.

2016년 대선에서 이긴 차이잉원 정부는 지난해 원전 4기 중 2기를 가동 중단했다.
그러자 지난해 8월 전체 가구의 64%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대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이후 전기요금마저 대폭 올랐다. 돌아선 민심은 지방선거를 탈원전 정책 포기를 위한 출구로 활용하려 했던 민진당 정부에 예상보다 더한 참패를 안겼다. 우리 정부가 장단기 에너지 전환정책을 다시 짚어봐야 할 이유다. 지난 혹서기 때의 전력수급 불안정, 한전과 전력 공기업들의 수지 악화 등 적신호는 이미 여러 군데서 켜졌다.

무엇보다 정부의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따라만 해)식 탈원전이 문제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8%가 원전의 유지 또는 확대를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조사 의뢰 주체(원자력학회)를 탓하며 마이동풍이다. 국내에서 요지부동의 탈원전 자세를 견지하면 해외원전 수주 경쟁에서도 스텝이 꼬이게 된다. 한전이 지난해 따낸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우선협상권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근자에 탈원전 속도 조절은 세계적 추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우선 과제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이라며 선(先)화력발전 폐쇄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 대신 원전비중 축소 스케줄은 10년이나 늦췄다. 오죽하면 '불의 고리'인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한 일본과 대만까지 잇따라 탈원전 포기를 택했겠나. 나라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과속 탈원전에 매달리다간 기업도, 국가경제도 다 몰락할 수 있다는 공통의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대만 국민이 차이잉원 정부에 빼든 옐로카드를 거울 삼아 과속 탈원전에서 벗어날 출구를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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