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해외서 인정받는 기업 홀대하는 금융당국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6 17:19

수정 2018.11.26 21:11

상장폐지 위기 책임론 대두
과거 나스닥 가려던 회사를 코스피로 이끈 것도 문제
해외서 인정받는 기업 홀대하는 금융당국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분식회계 이슈에 휘말린 시기에 해외 증시의 상장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를 중심으로 토종 바이오기업의 '홀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해외 상장 실현 여부를 떠나 글로벌 증시에서도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을 금융당국의 판단 번복으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고간 데 대한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26일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삼바가 최근 해외 유가증권시장 당국으로부터 상장 제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이번 삼바 사태의 쟁점은 기업가치를 고의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회계기준을 변경했고, 이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사후 타당성과 상장 당위성을 짜맞추려 했는지 여부"라며 "만약 삼바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론처럼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변경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면 해외에서 상장 제안을 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삼바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만류하면서까지 코스피 상장을 적극 유도했던 것도 논란거리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2015년 7월 1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2공장에서 열린 기업설명회를 통해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전문성이 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을 추진해 한국 시장의 한계점을 벗어나 가치평가를 받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는 미래가치가 높은 우량기업을 해외 증시에 빼앗길 수 없다며 상장 요건까지 완화해 '특혜 시비'까지 일기도 했다. 결국, 삼바는 나스닥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됐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삼바는 원래 나스닥에 상장하려다 한국거래소가 애원해서 국내 상장한 케이스"라며 "(이번 사태 이후) 해외 증시에서 유혹할 만큼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금융당국의 회계정책 불확실성을 노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증시 이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증시기관 간에도 거래량이 많아 수수료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는 우수기업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며 "더욱이 외환위기(IMF) 이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지주사 전환으로 자회사를 줄이고, 우리사주 비중 확대로 유통주식이 줄어서 우리 증시가 자금조달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마당에 들볶기까지 하니 우량기업들이 외국 증시로 이탈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바 투자자로서 차라리 삼바가 나스닥 등 해외로 나가면 더 좋은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회계자율성을 확대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이번 증선위 결정의 '스모킹건'이라고 하는 삼바 내부문건이 나왔지만 그것만으로 분식회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실제로 고의적인 분식회계 행위로 이어졌는지를 따져야지 개연성만으로 단정하는 건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연 교수는 "금융당국도 예방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면할 순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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