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 칼럼] 광주형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7 17:21

수정 2018.11.27 17:21

오승범 산업부
[차장 칼럼] 광주형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

미국 자동차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가 존망지추(存亡之秋) 위기를 겪은 지 10여년이 돼간다. 미국 자동차 빅3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공급과잉 등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사지를 헤맸다.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기회가 됐다. 3사의 영업망은 위축되고, 원저·엔고 환율로 숙적 일본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 현대.기아차는 지역별 전략적인 신차 출시로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결과적으로 미국, 유럽, 중국에서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는 등 글로벌 경쟁력이 도약하는 전환점이 됐다.


국내에서 자동차산업이 10년 위기설의 주역이 된 요즘에는 양상이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포드와 GM은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리스크 대응력을 높이는 등 체질강화 중이다. 구조조정계획에 따라 고강도의 메스를 들이대 실적개선도 이끌었다. 도요타 역시 올해 전반기(4~9월)에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영업이익률을 8.6%로 끌어올렸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내리막길이다. 현대차의 경우 3.4분기 영업이익률이 1%대로 추락했다. 누적 기준으로도 2.6%다. 정점을 찍은 2011년 10.3%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차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가격경쟁력이 뒤처지면 백약이 무효다." 업계 전문가는 주된 이유로 고비용 구조를 꼽았다. 지난 10여년간 자동차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전환해 연구개발비는 크게 늘고 생산효율성은 떨어졌다. 투자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로 확대돼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것도 모자라 한국 완성차업계는 40%에 육박하는 가파른 인건비 상승을 감당해야 했다. 5개사 평균 임금은 2009년 700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9000만원대 중반으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메이커들의 생산기지 한국 진출은 어렵게 만들고, 국내 업체들도 해외로 눈돌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다. 가격경쟁력 저하로 국내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감소해 자동차 연간 생산량은 400만대 규모에서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떠오른 대안이 반값 연봉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다. 그러나 노조가 정면으로 막아섰다. 지역을 옮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전부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 2009년 당시 혼다의 후쿠이 다케오 사장이 현대차에 던진 의미심장한 지적을 반추하게 된다. 공생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상황인식은 기업만 가져야 하는 게 아니다.
수익성 악화일로의 종착점에서는 노조도 상황을 되돌릴 수가 없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