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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안팎에서 물 새는 원전강국의 현주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9 16:53

수정 2018.11.29 16:53

탈원전 여파로 해외서 고전
태양광 시장은 중국이 잠식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 원전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체코에서 '원전 세일즈'에 나섰지만 나라 안팎에서 누수가 일어나면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운영업체 나와가 지난 21일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운영·유지 계약을 한 게 그 징표다. 한전 등 국내 업체들이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의 운영독점권이 손상될 조짐이어서다. 이 와중에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줄폐업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나와는 2016년 한수원과 15년간 9억2000만달러 규모 운영지원 계약을 했었다.
그래서 산업통상자원부는 "EDF와 나와의 계약은 단순한 기술자문 계약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독점 운영권은 훼손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바카라 원전의 수명이 60년임을 감안하면 최대 경쟁업체인 EDF가 비집고 들어온 것 자체가 불길하다. 기술자문 명목으로 한국형 원전 기술을 깊숙이 들여다본다면 당장엔 실금일지 모르나, 언젠가 우리 원전산업에 치명적 골절상을 입힐 개연성이 있어서다.

UAE와 EDF 간 이번 계약이 바카라 원전의 독점권을 훼손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해외 원전 수주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UAE 측이 바카라 원전의 장기적 안전운행에 의문을 갖게 됐다면 그렇다. UAE 측이 기술력과 인재풀 등 이른바 밸류체인과 서플라이 체인(부품 공급망)이 동시에 끊길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원전산업 생태계의 현황을 불안하게 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체코 정부에 "한국은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체코 원전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렇다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토대로 한 탈원전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얘기다. 그 결과 영국 무어사이드 및 사우디 원전 수주전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탈원전의 대안으로 삼은 태양광 진흥도 벽에 부딪혀 있다. 태양전지(셀)와 패널(모듈) 모두 국내시장을 중국에 잠식당하면서다.
문재인정부가 이제 탈원전 일변도에서 벗어나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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