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받아들고 아이처럼 웃는 얼굴, 세간살이 팔아가면서도 나눔 못끊는 이유"

18년째 '사랑의 호떡' 나눠주는 김영욱·김용자씨 부부
남는 호떡 나눠주자며 시작..어느덧 300만개 무료봉사

김영욱(오른쪽)·김용자씨 부부는 18년 전부터 전국을 누비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호떡'을 나눠주고 있다. 지금껏 그들이 무료로 나눠준 호떡만 300만개가 넘는다. 사진=서동일 기자
소요산역에는 소요산이 있고 산을 좋아하는 어르신들이 있고 녹지 않은 눈이 있고 1호선 끝까지 다다른 마음이 있고 호떡이 있고 달차근함이 있고 사랑이 있고 둥그런 반죽이 있고 사랑의 호떡이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은 수도권 전철 중 가장 북쪽에 있다. 산을 향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곳에서 김영욱(70), 김용자씨(68) 부부가 호떡 장사를 한다.

사진=서동일 기자

사랑의 호떡에서 지금껏 무료봉사로 나눠준 호떡만 300만개. 호떡 반죽 뒤집개에 붙은 나무 손잡이는 까맣게 윤이 났다. 18년간 세간살이 팔아가며 남을 도왔다.

지난 22일 아침 찬 바람과 함께 사랑의 호떡에서 김씨 부부를 만났다. 소요산 가는 길에 터를 잡은 지 3년 됐다. 1000원에 3개. 하릴없이 종점 전철 여행을 떠나는 노인들에겐 '착한' 가격이다. 게다가 호떡 장사 40년 경력으로 다져진 맛.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단맛이 흐르는 따듯한 호떡 3개를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사랑의 호떡을 찾은 어르신들은 "야! 싸다" "나는 밀가루 먹으면 배가 더부룩한데, 여기 건 안 그래"라고 김씨 부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왜 사람은 사람을 돕나

18년 전부터 김씨 부부는 호떡을 지역사회 장애인복지단체, 치매노인, 보육원 등에 보냈다. 장사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t 트럭을 개조해 호떡차를 만든 뒤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교도소, 군부대까지 찾아가 직접 호떡을 만들었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본 까닭일까.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악화되며 병원비도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김영욱씨는 "봉사를 꾸준히 하니까 돈이 많이 들어. 통장 잔고가 20만원만 남은 적도 있어. 마누라 목걸이, 반지 다 팔았다"며 "마누라에게 미안하지"라고 했다. 현재는 다시 봉사하기 위해 몸에 예열을 다지는 중이다. 아내 김용자씨도 "호떡을 여전히 장애요양원에 보내줘요. 힘닿는 데까지 해야죠"라며 "하던 거니까 해야지 조금씩은. 아주 안할 수는 없지"라고 했다.

40년 전 강원 강릉에서 호떡장사를 시작한 부부가 남는 호떡을 이웃들에게 나눠주자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강릉 주변에서 봉사를 하다 전국으로 일이 번져 인천으로 2000년 이사했다. 소요산으로 다시 이사를 온 건 돈이 없어서다. 돈 없어도 봉사를 계속하는 건 고마움을 전하는 얼굴을 잊을 수 없어서다.

영욱씨는 "호떡, 일반인들에겐 별거 아니야. 그런데 나는 장애가 있는 분들이 호떡을 받고 고맙다며 웃는 모습이 아기 웃는 모습과 똑같이 보여"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장애가 있는 아이 손을 붙들고 숟가락 하나 갖고 밥을 먹이는 모습에 껌뻑 죽었잖아. 봉사도 끊을 수가 없어. 그 모습에 푹 빠져서"라고 말했다.

이미 김씨 부부는 유명인사다. 언론에도 수차례 나왔다. 수많은 표창장과 선행상, 봉사상을 받았다. 2016년 행정안전부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표창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자랑스러운 건, 남을 돕는다는 그 자체다.

두 부부 집은 호떡가게 안에 있다. 호떡 굽는 부엌 뒤로 판자로 만든 침대와 몇 개 걸린 옷이 전부. 영욱씨는 "우리는 이게 보물이야"라며 그간 받은 상장을 모아둔 노트를 펼쳤다. 호떡봉사를 하며 받은 방명록도 함께 꺼냈다. 그는 "얼마나 떳떳한지"라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교도소 수감자, 부모를 잃은 아이, 홀로 사는 장애인, 갈 곳 없는 노인 등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적은 감사의 말이 가득했다.

영욱씨는 왜 남을 돕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안할 수가 없으니까. 나를 위해 하는 거야. 하면 좋잖아. 호떡 하나 주면 좋아하는 모습, 그걸 보고 알았지. 꽃 중의 꽃은 웃음꽃이요. 기쁨의 근본은 나눔이어라."

두 부부의 거처는 호떡 굽는 가게 안에 있다. 그들의 살림살이라곤 판자로 만든 침대와 옷가지 몇 벌이 전부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사진=서동일 기자
■마음 맞는 부부에게 사랑이란?

어쩌면 사랑은 흔해 빠진지도 모른다. 사랑한다. 너무 쉽게, 자주, 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나 사랑해?" 말고 "사랑이란 무엇일까"라고.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독일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는 일은 그 사람뿐 아니라 세상과 다른 사람까지 포함된다는 말. 영욱씨와 용자씨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이들이 수십년 나눔을 실천한 것보다 놀라운 건 부부가 마음을 합쳐 선한 일을 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한마음으로 이다지 쉽지 않은 길을 택한 걸까.

영욱씨는 호떡을 구우며 사랑 애(愛)자에 대해 말한다. 그는 "제일 밑에 받침은 어깨동무하는 모습이다. 마음 심(心) 위에 뭐가 있나. 집이 있다. 감싸주는 형상이다. 집 위에 뭐가 있나. 눈비 오는 형상이다. 춥고 배고픔을 집 아래서 보호하고 존중하는 마음들이다"라며 "다 아껴주는 말들이다. 사랑은 아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욱씨는 용자씨를 아끼고, 용자씨는 영욱씨를 아낀다. 사랑이 반죽이 되고 호떡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간다.

■이웃, 내 몸, 사랑, 호떡

성경에는 예수와 한 율법사가 이웃에 관해 대화하는 부분이 나온다. 예수가 율법사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자 율법사는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라고 묻는다. 예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행인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난다. 강도들이 행인을 때려 거의 죽게 됐다. 마침 한 제사장과 레위인이 지나가다가 봤지만 못 본 척 피해간다. 이후 지나가던 사마리아인이 그를 불쌍히 여겨 치료를 해주고 주막에 데리고 가 돌봐줬다. 당시 제사장과 레위인은 상층 신분이었고, 사마리아인은 하층 신분이었다.

부부도 그런 적이 있다. 호떡가게 앞을 지나가는 꾀죄죄한 사람이 보여 호떡 몇 개를 대접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사흘을 굶은 사람이었다. 그 행인이 나중에 직장을 잡은 뒤 고마움에 한겨울 막걸리를 사다줬다고 한다.

사랑이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면, 그리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면 부부는 말의 의미 그대로 '사랑'의 호떡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용자씨는 "시작은 별거 아니야. 맨 처음 봉사한다고 하니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이웃에게 나누기 시작한 거야"라고 말한다.


아내의 말에 영욱씨가 거든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 뭘까. 감동을 주는 기쁨이 가장 위대하지 않을까. 호떡 별거 아니지만 이걸 받아든 사람의 웃는 모습. 그게 진짜 좋은 거야."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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