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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이 불황에… 동시다발 규제법안 ‘벼랑 끝’ 기업 숨통마저 조인다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9 17:29

수정 2018.11.29 21:05

경제 죽이기? 공정성 실현?
정부·여당서 밀어붙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대기업 총수 의결권 제한 등 경영환경 악화시킬 가능성
[이슈 분석] 이 불황에… 동시다발 규제법안 ‘벼랑 끝’ 기업 숨통마저 조인다

'경제는 심리다.'

최저임금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제의 속도전으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정부·여당이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실현을 기치로 내걸며 관련 법안을 쏟아내면서 기업의 투자환경을 더욱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 옥죄기 법안 속도전

정부·여당의 과도한 기업 옥죄기가 '기업투자 위축→생산 감소→소득 악화→소비 위축'의 악순환적 사이클로 인해 최근 저성장 기조로 인한 한국 경제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음'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정경제의 틀 갖추기와 기업 체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각종 제도를 속도조절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히 추진할 경우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 제한이 소수 주주들에게만 돌아가기보다는 자칫 외국계 투기자본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핵심 국정과제로 공정경제를 앞세워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법안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상생협력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등이 꼽힌다.


우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은 현재 '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통일하고, 기업들이 50% 초과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규제대상이 2배 이상 늘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보다 한발 더 나아가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해외 계열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법안 시행 전에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거나 해당 사업 매각에 나서야 하는데 단기간에 사업매각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외국 투기자본에 경영권 무방비 노출 우려

상법 개정안도 기업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으로, 구체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이 이사 선임 때 특정인에게 몰표를 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법으로 의무화해 소수 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화했고,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 제한이 소수 주주들에게만 돌아가기보다는 외국 투기자본에 노출될 위험까지 증가시킨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경영권을 침해받으면 '주인 없는 기업'으로 전락해 불미스러운 사태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병철 KAIST 교수는 "정부가 대기업 지배구조를 흔들기 시작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유망한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공정경제 관련 최근의) 법안들 모두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일감을 모으는 대기업이 잘못된 게 아니라 상속제도가 비정상인 현실을 봐야 하는데, 자꾸 법으로 규제를 강화하며 이런 식으로 총수의 의결권, 지분율을 낮추면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국민연금이 최대주주가 되는 주인 없는 기업이 생기게 된다. KT 화재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종부세법·상생법도 충돌

또 종부세법 세율 조정을 두고도 여야 간 공방이 한창이다.
여당은 보유세 강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는 잡아야 하지만 급격한 세율 향상은 거래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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