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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文대통령, '韓과 동병상련' 아르헨티나 민주화 희생자 추모...과거사 정리 확신 얻었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30 07:01

수정 2018.11.30 15:38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조은효기자】 "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습니까."(문재인 대통령)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1970~80년대 남미를 암흑의 시대로 몰아넣었던 군부에 의한 이른바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으로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개시했다.

빗줄기가 세차게 몰아친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플라타강변에 위치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를 했다. 경호원들이 우산을 들자 문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들어 김정숙 여사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공원엔 시기별로 실종자와 희생자들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추모벽이 설치돼 있다.
추모공원이 강변에 설치된 건 군부독재시절 비행기에 태워져 산 채로 강에 빠뜨려져 죽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호크바움 역사기념공원장에게 "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합니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합니까"라고 물었다. "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2400명의 가해자들을 처벌했고, 1200명이 구속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느냐"고 다시 묻자 "아직도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과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과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사 정리 과정에서 오는 대중의 피로감과 그로 인한 개혁의지 후퇴 문제를 염두에 둔 질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지시·위안부 협정 처리 등 과거사 바로세우기와 적폐청산을 국정철학으로 삼고 추진해 왔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이제는 백발이 된 '5월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과 함께 라플라타 강변에 있는 헌화 장소로 이동해 국화를 강에 던졌다.

'5월광장 어머니회'는 아르헨티나 반독재 투쟁의 상징이다.
이 단체는 더러운 전쟁이 진행되던 1977년 5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대통령궁 앞의 5월 광장 탑 주위를 돌면서 실종된 자식들의 이름을 부르며 군부의 만행을 고발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왔다.문 대통령은 더러운 전쟁 시기 자식을 잃은 유족에게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희생된 분들의 가족 모임이 있다"며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어머니회 관계자는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역사가 기록된 책을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가족운동실천협의회 어머니들이 준비한 수건과 직접 준비한 나비 브로치를 선물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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