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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닛산의 '쿠데타'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30 17:14

수정 2018.11.30 17:14

[월드리포트] 닛산의 '쿠데타'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잇따라 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대규모 감원과 공장 폐쇄 계획을 발표했고 이보다 바로 1주일 전 일본에서는 세계 자동차계를 떠들썩하게 한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의 구속이 있었다. 이미 보도된 대로 곤이 받는 연봉을 축소해 신고하고 회사 자금으로 해외에서 주택들을 구입한 혐의로 도쿄에서 자가용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구속돼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일본 매체 보도들에 따르면 곤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

곤의 구속에 관한 기사들을 보면 그를 밀어내기 위해 닛산, 특히 사이카와 히로토 최고경영자(CEO)의 치밀한 쿠데타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닛산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벌어진 배경과 상황은 마치 우리나라 유신 말기 혼란의 시기에 발생한 사건들과 유사하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나이보다 실적 위주라는 획기적 승진제도를 고집하면서 일본에서는 선구자 같은 인물로 평가받은 곤은 슈퍼맨이나 배트맨에 비유한 만화의 영웅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닛산이라는 매우 일본적인 기업과 프랑스적인 르노를 연결해 두 기업을 모두 부활시킨 전설 같은 인물로 두 기업의 제휴 성공 사례는 앞으로 세계 경영대학원들에서도 연구될 소재다.

그러나 지나치게 집중된 경영권과 일본 자동차 총수들에 비해 훨씬 많은 연봉까지 받으면서 사이카와를 포함한 닛산 이사회는 이러한 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쿠데타의 실질 주동자인 사이카와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전 상관의 19년 '집권'을 거침없이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일본에 충격을 줬다. 더군다나 사이카와는 곤이 직접 차기 후계자로 지명한 인물이다.

사이카와는 부도 위기에 빠졌던 닛산의 부활에 곤이 기여한 것도 애써 축소하려 했다. 19년간 르노닛산을 이끌던 곤이 두 기업의 합병을 추진하려 하자 경영 주도권 상실을 우려한 닛산 이사회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이카와에게 제거 임무를 줬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우리가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 르노-닛산 연대에 대해 한 닛산 임원은 출발 초기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르노는 자사가 '닛산화'가 돼가는 것을 우려해왔고, 닛산에서는 외국인 임원들이 더 빨리 승진하고 연봉도 더 많이 받는 것에 대한 불만도 쌓여왔다. 닛산 엔지니어들은 자사의 기술이 더 우월하다며 르노의 비용절감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는 등 마찰이 이어져왔다.

미쓰비시를 포함한 3사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팔린 자동차 9대 중 1대는 3사 연대 차량이었다.

세계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점차 전기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르노-닛산-미쓰비시 연대는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계속 손을 잡아야 하지만 닛산 내부에서 반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곤은 검거됐을 당시 팬티 속까지 수색받는 치욕스러운 경험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최대 징역 10년형과 벌금 1000만엔을 선고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사설에서 곤이 혐의 없이 최대 23일 동안 수감될 수 있다며 전과 경력이 없는 그가 검거된 일본 야쿠자 두목처럼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일본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처럼 곤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한 수사는 닛산의 쿠데타와 함께 일본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실수시킬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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