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북한이 베트남 경제발전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1 23:58

수정 2018.12.01 23:58

리용호 외무상 베트남 방문, 경제발전 학습
성공한 '중상주의 국가' 군주 노리는 김정은
경제발전·시민의식 투트랙 발전 막을 수 없어
北 베트남 사례·역사적 교훈 현명한 판단 기대
경제발전을 이루자는 북한의 선전 포스터/사진=연합뉴스
경제발전을 이루자는 북한의 선전 포스터/사진=연합뉴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최근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이 성공 케이스인 베트남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모델인 '도이·머이(쇄신)' 정책으로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중국의 대안, 즉 '포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자부하며 경제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베트남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경제 실패에 대해 자책한다고 밝혔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버리고 사회주의 경제발전노선을 채택하며 북한의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을 세운 바 있다.

핵을 개발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돼 북한 경제는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을 외치며 '경제발전노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자급자족의 한계는 명백하다. 북한이 비핵화 테이블에 앉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에 비교하면 북한의 체제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독재국가기 때문에 베트남식 경제발전모델을 북한에 그대로 가져오기는 힘들다.

물론 베트남도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북한처럼 1인 독재체제는 아니다. 경제 발전과 함께 필연적으로 성장하는 '시민의식'을 고려하면 베트남식 경제발전모델은 북한 정치체제의 모순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도 이런 딜레마가 명백하기 때문에 북한이 베트남식 모델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단언했다. 개혁·개방 정책이 아닌, 제한적으로 개방된 특구를 만들고 특구를 통해 경제적 성과물을 얻어내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것이다.

즉 베트남식 발전모델은 북한의 모순에 대한 반발을 불러오고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깬다면 정권이 붕괴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실질적인 북한의 경제 발전보다는 '근대 유럽의 중상주의 국가의 군주'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사를 돌아보면 중상주의와 함께 왕권을 강화했던 유럽의 군주들은 결국 경제발전에 따른 시민들의 의식 성장 속에 결국 입헌군주가 되거나 왕의 지위를 잃게 됐다. 통치자가 아무리 통제하려고 해도, 막으려 해도 시민의식의 발전은 더디지만 그것을 늘 뛰어넘어 왔다.

북한의 선택은 두 가지다. 지금처럼 제재와 압박 속에 자력갱생을 하면서 현상 유지를 하는 방법과 어떤 식으로든 개혁·개방을 통해 정상국가가 되는 방법이다.
북한이 베트남을 공부하면서 세계사적·역사적 발전에 맞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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