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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2 16:51

수정 2018.12.02 16:51

[윤중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프로답다'는 말은 아마추어를 뛰어넘는 뭔가 그 이상의 '내공'이 있다는 얘기다.

우선 둘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품격'의 유무다.

아마추어는 상대방의 태도나 공격에 즉각적이고 1차원적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감정조절이 잘 안 된다. 정치권에선 상대방의 정치적 공세나 현안 등에 대해선 '미필적 고의'라도 즉각적인 반응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다. 정치적 수세에 몰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감이 세거나 아픈 단어들만 골라서 조합하는 조어(造語)능력도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때도 '품격'은 필수요소다. 우리는 그동안 여야 간 이전투구 시 시정잡배 같은 용어선택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비판에도 품격이 수반돼야 한다.

다음은 문제인식과 대응력의 차이다. 프로는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투철한 자기 성찰과 함께 스스로를 진화(進化)시킨다. 스스로 변화를 거부하는 아집이 아니라, 진화 가능성을 내포한 고집인 셈이다. 문재인정부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진화시켜야 한다.

최저임금제, 근로시간 단축 등 핵심과제를 시간표 정해놓듯 집권 기간에 밀어붙여 처리할 게 아니라 시장 상황과 각 경제주체의 여건 등을 봐가면서 연착륙시켜야 한다. 저성장 기조, 생산·수출 등 거시지표 불안, 제조업 쇠락, 중소 자영업자의 경영난 가중 등 시장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프로의 자격 중 중요한 또 하나는 '포용력'이다. 정책관, 가치관이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한다면 '급' 낮은 아마추어다. 프로는 '내 편' '네 편'보다는 '우리'를 중요시한다.

문재인정부에서 아쉬운 점은 '적폐 청산'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비상식적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훌륭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혹시 '자기 편'이 아닌 상대방을 배제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대목이다.

물론 정권을 잡은(전쟁에서 승리한) 쪽의 '논공행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념과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인재를 고르게 등용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 국정운영을 위한 첩경이라는 점은 과거 역사에서도 증명돼 왔다.

우수한 인재 발굴과 육성으로 다양하고 고귀한 업적을 이뤄냈던 세종이나 어린 나이에 황제 자리에 올랐지만 끊임없는 자기 성찰로 확고한 황권을 확립했던 '섬김의 리더십'으로 유명한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의 공통점은 '탁월한 용인술'이다.

내 편 네 편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라면 반드시 곁에 두고 국정을 논했다고 한다.

특히 프로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지속적 자기계발과 성찰, 혁신과 쇄신을 통해야만 이뤄낼 수 있는 '시간이 노력에 주는 전유물'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프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래야만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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