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평화를 위한 걸음은 멈출 수 없다


일촉즉발의 위기감 속에서 시작된 2018년도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마지막 달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방향전환으로 화답하면서 불완전하지만 상호 불가침을 선언하고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금년 내에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은 한참을 가고 있다.

평화를 이루는 과정은 많은 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처럼 전쟁을 치르며 상호 막대한 피해를 주고받고서 70년을 적대적인 긴장을 유지하며 살아온 남과 북의 관계에서는 그 장벽이 넘지 못할 만큼 높아 보일 수 있다. 전쟁 당시에 피해 받은 당사자와 직계 후손들이 살아 있고 이념적으로 상호 용인할 수 없는 집단들이 남과 북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으며 남과 북의 문제를 주변국들이 당사자라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장벽의 수와 높이를 갈음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한 문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노력은 격려하고 칭찬해야 마땅하다. 지난 1년 동안 속을 알 수 없는 북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안보를 포기하며 북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국내외의 온갖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대화의 불씨를 살려낸 것은 평화를 향한 간절함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이제 문 대통령의 진정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남쪽의 갈등은 묻고 가는 것이다. 북쪽의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보여주는 양보와 희생에 비해 정부의 정책에 불안감을 느끼는 남쪽의 반쪽에 대한 설득과 동참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다. 심지어 이들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야속하겠지만 이들 역시 이 땅의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음을 믿고,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만이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종착점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아무도 모르기에 이번 정부가 다 가지 못하면 다음 정권이 이어가게 해야 한다.

12월 5일은 수십년의 흑백 갈등을 종식시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평화공영을 이루어낸 만델라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만델라는 30년 투쟁 끝에 집권에 성공하자 나라 밖으로 몰아내도 시원찮을 백인정권과 연정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과격한 흑인 집단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동참하게 하는 일은 백인정권을 껴안는 것보다 더 많은 인내와 설득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흑인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백인정권의 모든 잘못을 샅샅이 찾아냈지만 누구도 처벌하지 않은 일이 어찌 피해의 경험으로 울분에 찬 흑인들의 동의 없이 가능할 수 있었겠나? 그 노력의 결과로 얻은 것은 인종차별 철폐와 함께 해외로 빠져나갈 백인들의 재화와 국가운영의 경험이다.
더 큰 것은 '평화공영'을 남아공의 브랜드가치로 얻은 것이다.

우리도 이 땅의 평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만델라를 보고 싶다. 아니 한국의 만델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의 지혜와 인내를 배우자.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아무도 멈춰 세우지 못하게 하자.

한헌수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