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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미·중 통상 분쟁의 휴전 선언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4 17:17

수정 2018.12.04 17:17

[여의나루]미·중 통상 분쟁의 휴전 선언


지난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일은 올해 본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쟁 진행 방향을 결정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었다. 결국 두 나라는 내년부터 부과하기로 예정돼 있던 추가적 관세부과를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그간 우려를 표해왔던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비관세장벽, 사이버 절도 등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미국의 보복관세 중단 대가로 중국은 상당한 양의 농산품, 에너지제품을 구입해서 양국 간 무역불균형을 일부나마 완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쟁은 중국의 일방적 양보로 휴전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양국이 처한 엄중한 경제상황을 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다. 중국 입장에서 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6.5%를 기록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달 30일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에서는 제조업 경기가 이제 정체됐음을 보여줬다.
미국도 최근 주택과 자동차 판매가 감소세를 보이는 증 경기 활황이 끝나가면서 통상분쟁이 지속될 경우 부담이 작지 않다.

이제 미·중 통상분쟁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이제 미·중 통상분쟁은 수습국면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과를 본인의 치적으로 내세우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시 주석도 협상 결과가 달갑지 않더라도 위기상황을 넘겼다는 점에서 안도할 것이다.

그럼 미·중 통상분쟁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 승자를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분쟁 결과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트럼프 대통령이 승자일 수는 있어도 미국이라는 국가는 승자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자국시장 개방 의무를 게을리한다고 끊임없이 비판해 왔다. 그런데 정작 지금 WTO를 무력화하고, 전례가 없는 무역보복을 단행했던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빠르게 성장하던 일본 경제를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장기침체에 접어들게 했듯이 중국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던 대국굴기와 중국몽을 굴복시켰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당시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안보 면에서 미국에 의존했던 일본과 자립기반을 갖춘 지금의 중국은 엄연히 다르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제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때로는 양보도 해야 하는 상황일 뿐이지 전면적인 굴복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0년 만에 힘들게 출범시킨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 체제를 무시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투자국이자 수입국가인 미국이 다자무역 체제에서 향후 누릴 수 있는 막대한 투자이익이나 낮은 수입물가와 같은 잠재적인 경제적 이익은 결코 작지 않다.
이는 마치 한국을 상대로 사드보복을 단행했던 중국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경제관계를 맘대로 훼손시킬 수 있는 국가라는 인식을 잠재적 경제협력 대상국에 심어줬고, 결국 그 나라들이 중국과 경제관계 심화를 꺼리면서 중국이 엄청난 잠재적인 이익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미·중 통상분쟁이 마무리돼가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보호무역주의라는 거대한 산만 바라보다가 산에 가려진 향후 상황에 잘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제 다시 시작될 무역자유화의 흐름에 정부와 기업들은 세심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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