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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출점 막는 편의점 자율규약, 위법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4 17:17

수정 2018.12.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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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편의점산업협회(편의점협회)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자율규약 선포식을 가졌다. 가까운 곳에 경쟁사 가맹점이 있으면 출점을 자제한다는 내용이다. 선포식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했다. 공정위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편의점협회가 낸 자율규약을 심사하고 승인했다.

규약은 GS리테일(GS25) 등 6개사가 만들었다. 국내 편의점의 96%(3만8000여곳)에 해당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4일 자율규약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올해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둔화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편의점 본사가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것 자체는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자율규약에 행여 법적인 걸림돌은 없는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지 못한다. 여기엔 '거래지역을 제한하는 행위'가 포함된다(제19조). 지난 2000년 공정위는 바로 이 조항에 따라 편의점업계 '운영지침'에 시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공정위는 "LG유통(현 GS리테일) 등 5개 편의점 사업자들이 경쟁사 점포에 인접해서 새 점포를 개설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거래지역을 제한한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운영지침은 현 자율규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18년 시차를 두고 공정위가 비슷한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셈이다.

공정위는 자율규약을 심사, 승인한 근거로 가맹사업법을 든다. 실제 이 법은 가맹본부단체가 자율규약을 마련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제15조). 따라서 편의점 규약을 전적으로 위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적법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과 가맹사업법 간의 충돌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바란다.

근본적으로 출점 제한은 경쟁을 막는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퇴직하고 자영업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겐 불공정한 진입장벽이다.
지난 2000년 운영지침엔 편의점 66%가 참여했다. 2018년 자율협약엔 96%가 참여한다.
이런 규약을 공정위가 승인한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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