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한국서 공부하고 싶어요"…우즈벡 제1외국어로 뜨는 한글

'한국열풍' 뜨거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총인구 1%인 18만명이 고려인..한국교육원, 우즈벡 교육부와 한국어 고등학교 교과서 발간
우즈벡 내 초·중·고·대학 47개교..1만1400여 학생들이 한글 배워

지난 2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35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이유범 기자】 인천공항에서 7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중앙아시아 최대의 공업도시이자 실크로드의 길목에 있는 이 도시는 한국어 및 한국학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는 곳이다.

우즈벡에서 확인한 한국어와 한국학의 위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동남아시아나 북미, 유럽 등 한류 영향이 큰 지역과 달리 우즈벡은 한류 이전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지 오래다. 이제는 우즈벡 내 제1외국어 교육으로 운용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 모습이다.

■독립 직후부터 시작된 한국어 바람

지난 28일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이하 교육원)이었다. 교육원이 설립된 시기는1992년으로, 우즈벡이 독립한 시점인 1991년 직후이자 통교 시점에 바로 문을 열었다.

이처럼 빨리 교육원이 문을 열 수 있었던 이유로는 한국인 핏줄인 고려인 덕분이라는 평가다. 우즈베키스탄의 전체 인구의 1%인 약 18만명이 고려인이다. 이는 독립국가연합(CIS) 내 최대규모이다.

지상 5층 규모의 교육원 건물 외형은 다소 허스름해 보였지만 내부에 들어서자 한국책으로 채워진 작은 도서관, 한복 등이 전시돼 있는 교실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교육원은 최근 이뤄낸 최대의 성과로 2015~2017년까지 우즈벡 교육부와 공동개발한 '고등학교 한국어 교과서'를 꼽았다. 우즈벡에서 영어 이외의 외국어 국정교과서가 발간된 최초의 사례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현재 우즈벡 내 초중등학교 34개교(9300명), 대학교 13개교(2100명) 등 47개교 1만1400여명의 현지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원에 이어서 방문한 곳은 타슈켄트 시내에 자리 잡은 제35학교였다. 우즈벡은 학교를 이름 대신 숫자로 구별한다. 초·중·고(1∼11학년) 통합학교인 이 학교는 현지 초·중등학교 중 한국어 교육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수교 이전인 1990년 한국어 방과후 수업을 시작한 뒤 2009년부터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선택했다.

초등 4학년 한 교실에서 학생들이 녹음반주에 맞춰 율동을 곁들여 한국 동요인 '올챙이와 개구리'를 부르고 있었다. 근처 다른 교실에서는 남녀 고교생들이 '사다' '잡다' '팔다' 등의 한국어 기본동사와 과거형 표현을 배우고 있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마마자노바 마지나 학생(15)은 "1학년 때부터 한국어를 재미있게 공부해왔다"며 "한국 유학을 다녀온 후 우즈벡에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학 확산 속 지원 확대 필요

이튿날에는 타슈켄트 국립동방대를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 9월 중앙아시아 최초로 한국학 단과대학(한국어문학과, 한국역사문화학과, 한국경제정치학과)이 개설돼 향후 CIS지역에서 한국학 확산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5층 건물인 이 학교에서 5층 한층을 한국학 단과대학이 사용하고 있지만, 내년 2월 새로운 한국학 단과대학 건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나름 수준 높은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한국어학과 석사과정 나자로바 마지나 학생(23)은 "어릴 때 한국 드라마를 통해 처음 한국어를 접했지만 지금은 양국간 협력관계가 발전하고 있고, 한국계 기업들의 취업 기회 확대로 한국어를 전공하게 됐다"며 "향후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어와 한국학을 배우려는 우즈벡 학생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현지 교사들의 지적이다. 교육원에서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는 지난 2014년 2652명에서 올해 6183명까지 늘었다.


1회 평균 2000명 이상이 시험에 지원하면서 교육원은 토픽 관리를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통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과 한국어에 우호적인 곳에 전략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하유경 재외동포교육담당관은 "우즈베키스탄 내 한국과 한국교육에 대한 관심이 발전되고 있는 만큼 한국교육원이 더욱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