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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양심을 판단하는 건 神의 영역에 도전장”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5 17:18

수정 2018.12.05 17:18

[현장클릭] “양심을 판단하는 건 神의 영역에 도전장”

"인간의 신념이나 양심을 인간이 판단한 다는 게 말이 되냐. 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거나 마찬가지지."

한 변호사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놓고 꺼낸 말이다.

대법원은 병역을 거부하는 개개인의 양심을 검사·판사가 평가해서 기소·불기소나 유죄·무죄를 판별해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 과정 △학교생활 등 삶의 모습 전반을 살펴보는 식으로 내면에 있는 양심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질병 등 명확한 요건이 아닌 사유로 병역을 거부한 경우 재판에 넘겨졌지만 앞으로는 피의자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개종 시기, 세례 여부, 종교활동 참석 상황, 종교 관련 활동 등을 수사기관이 감별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발생한다. 우선, 이런 자료들이 과연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느냐다. 기독교를 예로 들면 신자가 교육을 통해 세례를 받더라도 소위 '나이롱 신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꾸준히 종교활동에 참석했더라도 교회 울타리 안에서는 기독교인처럼 보이지만, 막상 현실의 삶 속에서는 딴 얼굴로 살아가는 부류를 일컫는 '선데이 크리스천'을 구분하는 것은 성직자조차도 파악하기 어렵다.

남성이 입영처분을 받는 만19세까지 학교생활 외에 양심에 관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증거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집총거부'를 교리로 내세우는 신흥 종교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대책은 전무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선 진보성향의 정부가 임명한 대법관들이 진보적 가치 추구에 함몰돼 공익보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더 우선순위에 둬 나온 패착이란 비판적 시각이 적잖다. 무죄 취지로 다수의견을 낸 8명 중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선수·노정희·박정화·조재연·민유숙 대법관 등 6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이번 판결이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이지만 최고법원의 판례 변경에 따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체복무제 논의 과정에서라도 신성한 국방의무를 이행한 사람들이 '손해 봤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기 위한 꼼꼼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개정 병역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입법공백을 막을 제도 도입도 동시에 필요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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