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총액인건비 외 편성·지침개정 후 상향 검토'...정책당국, 국책은행 명예퇴직 재논의 착수

국책은행, 신규채용 없이 고경력 직원 증가 
인력적체 가중...기재부 지침으로 명퇴 유인 감소 
정책당국, 최근 국책은행 명퇴 관련 논의 재개 움직임
지침 개정 후 퇴직금 다소 상향 및 총액인건비 외로 명퇴금 편성 검토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정부가 그동안 전무하다시피 한 국책은행의 명예퇴직을 활성화하기 위한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지침 개정 후 퇴직금 한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명예퇴직금을 총액인건비 외의 예산 항목으로 편성, 해당 기관이 자체 수익을 통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 2015년 이후 명퇴 전무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명예퇴직은 지난 2015년 이후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매년 명예퇴직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고, 올해 말과 내년 초에도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국책은행은 임금피크에 진입하는 고경력 직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산은의 경우 임금피크에 진입한 직원이 지난해 153명에서 올해 215명으로 늘었다. 오는 2021년에는 전 직원의 15%인 500명이 넘는 직원이 임금피크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50세 이상 되는 직원도 3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은행도 임금피크 대상자가 현재 42명에서 내후년엔 52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신규 채용은 없었던 반면 고경력 직원들이 증가하면서 기형적인 인력구성과 현장직무 문제 등이 심화됐다. 더욱이 현 정부의 추진 과제였던 금융권 일자리 창출에도 좀처럼 기여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국책은행의 인력적체 현상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인 명예퇴직 활성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는 무엇보다 명예퇴직을 선택할 경우 임금피크를 적용받는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받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국책은행은 당국(기재부)이 정한 관련 지침(공공기관 명예퇴직제도 개선안)에 근거해 퇴직금도 정년까지 재직할 때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의 절반 이하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또한 위로금도 좀 더 추가해 지급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이 명예퇴직을 선택할 유인이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산은의 경우 55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5년간 임금 총지급률이 290%이지만,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잔여급여의 45%만 퇴직금으로 받고 있다. 수은은 4년간의 임금피크 기간 임금 총지급률이 200%이지만 현재 별도의 명예퇴직제도가 존재하지 않고, 만 42세 이상 및 20년 이상 근속 직원이 퇴직을 신청하면 '준정년퇴직금' 규정에 의해 임금피크 기간때보다 낮은 금액이 퇴직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아울러 국책은행 외에 금융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도 임금피크 적용 3년간 총지급률이 195%이지만,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잔여급여의 45%를 퇴직금으로 받는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퇴직자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1인당 평균 각각 5100만원, 5000만원으로, 19개 은행 평균(1억5900만원) 대비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정책당국, 국책은행 명예퇴직 활성화 재논의 착수
이에 따라 최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정책당국이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활성화를 위한 논의에 다시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부터 금융위는 명예퇴직 활성화 방안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냈지만, 기재부는 추가재원 마련 등의 이유를 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의 국책은행 인력구조 문제 개선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잠정 중단됐던 논의를 재개해 어떤 식으로든 접점을 찾아가려고 한다"며 "기존 지침을 개정해 퇴직금 한도를 다소 상향하거나 이전에는 어느 예산 항목에도 속하지 않았던 명퇴금을 총액인건비 외의 항목(퇴직급여 항목)으로 편성해 직원의 임금 반납 없이 해당 기관(정부 예산 비수반 기관)이 자체 수익을 통해 퇴직금을 자체 지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기재부는 해당 기관 직원들의 임금을 조정 및 분담해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추구해왔지만, 향후 재논의 과정에서 이전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임금피크제 기간 급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퇴직금 규모를 잔여급여의 85% 이상으로 올려 임금피크를 선택한 직원과 명예퇴직자간 급여 차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던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시중은행처럼 명퇴를 활발히 유도, 신규고용 창출 등을 통해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